에이스들 부침…신인활약 돋보였다|삼성 천하통일로 끝난 85프로야구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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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출범 4년째의 85프로야구가 총3백30게임을 지난달30일로 끝내고 한시즌을 마감했다. 삼성이 전후기를 석권하고 완전우승의 신화를 창조한 올해 프로야구는 에이스들의 부침, 신인들의 활약등으로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삼성의 독주로 코리언시리즈없는 한해를 보낸 아쉬움이 남지만 우승이라는 영광은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투수력의 뒷받침없이는 이루어질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었다. 믿을만한 투수없이는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올해 프로야구에서도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10승이상의 투수를 보면 우승팀 상성은 김시진·김일융(이상25승) 황규봉(14) 등 3명이 64승을 올려 독주가 가능했다. 2위 롯데도 최동원(20) 임호균(10)등이 30승, 해태는 강만식(13)문희수(12)김용남(11)등이 36승을 기록했다. 반면 MBC는 유종겸이 10승, 청보는 장명부가 11승을 기록하는데 그쳐 하위권으로 처졌다. 투수력이 우승을 좌우하는것을 잘 보여 주고있다.
종합승률제가 처음 적용된 올해는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감독의 작전과 선수기용, 그리고 선수개인의 컨디션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같은 종합승률제는 초반부터 어느한팀이 독주하면 팬들의 흥미가 줄어들어 관중이 감소하고 피날레의 대축제인 코리언 시리즈 없는 시즌이 생기는 문제점이 있어 제도개선이 검토되고 있다.
종합승률제아래서는 이같은 결점은 필연적이고 또 프로야구인이상 이같은 허전함은 어쩔수없는 일이다. 코리언시리즈 무산의 책임은 한팀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못한 다른 5개팀의 부진에 있는 것이다.
팀순위에 따른 희비와 함께 스타선수들의 부침도 심화되고 있다.
타자로서는 삼성의 장효조 이만수, 해태의 김성한 김봉연 김준환, OB의 박종훈, MBC의 김재박 이광은, 청보의 정구선등이 꾸준한 기량을 보여 스타자리를 고수했다.
투수로는 삼성의 김시진 김일융 황규봉 권영호, 롯데의 최동원, 해태의, 김용남 강만식, OB 계형철 윤석환, MBC 오영일 유종겸등이 착실하게 마운드를 잘지켜가고있다.
그러나 OB의 36세인 노장 김우열·윤동균과 롯데 김용철등은 왕년의 명성에 어울리는 기록을 내지못했다.
반면 삼성의 허규옥 (타격4위)과 해태의 송일섭 (타격7위·홈런4위·출루율5위)은 두드러진 기량의 향상을 보여주었다.
가장 돋보인 신인으로는 해태 선동렬이 꼽힌다. 아마와의 협약위반으로 출전금지규정에 묶여있다 후기부터 등판한 선은 1억원투수답게 방어율1위에 다승17위를 마크하며 25게임에서 7승4패8세이브에 삼진1백3개를 탈취했다.
또 롯데의 양상문과 박동수, MBC의 정삼흠등 신인투수들도 기대이상으로 팀에 공헌했다. 박과 정은 9승10패, 9승12패로 다승공동 14위, 양은 6승3패로 다승22위에 올랐다.
신인타자로는 해태 이순철이 단연 뛰어났다. 이는 20게임연속안타의 신기록을 세우며 타격8위, 홈런과 타점10위, 도루3위등 전부문에서 고르게 활약, 예비스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이밖에 삼성의 3루수 김용국과 이종두 그리고 2년생 김성래도 삼성의 천하통일에 수훈을 세운 신인들이다.
스타들의 부침과 신인들의 활약속에서도 불운에 운 선수들도 있어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OB 박철순과 해태 이상윤투수가 부상으로 우울한 한해를 보낸 비운의 에이스들.
82년 프로야구출범첫해에 경이의 22연승을 세우며 MVP로 뽑혔던 박은 허리디스크의 재발로 피나는 투쟁에도 성공적인 재기를 하지못했다. 83년 20승10패6세이브로 다승2위를 마크, 해태우승의 주역이었던 이도 우측팔꿈치부상으로 단2게임에 출전해2연패의 부진으로 한시즌을 끝냈다.
한편 다른팀으로 자리를 옮긴 선수들의 이를 악문 파이팅도 돋보였다. 서정환(삼성 →해태) 권두조 (롯데→청보) 김우근 (해태→청보) 정영기 (MBC→롯데) 이종도(MBC→OB) 이선희 (삼성→MBC)등이 바로 그들. 이들은 냉엄한 프로세계에서 살아남기위해 각별한 노력과 자신에대한 투쟁으로 결정적인순간에 친정집을 울렸다.
출범4년을 보냈지만 한국프로야구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과 개선의 길을 남기고있다. 지나친 승부욕으로 심판과 감독간에 항의소동이 꼬리를 물어 몰수게임사태가 사라지지 않았고 심판의 자질도 미흡, 그라운드의 불상사가 그치지 않았다.
더구나 일부 관중들은 선수들에대한 노골적인 욕설에다 그라운드에 병이나 컵을던지는등 추태와 소란을 벌여 야구장의 분위기를 흐려놓기도 했다. 선수도 구단도 팬들도 모두가 프로다운 자세와 자질이 아직은 미흡한 상태다.
이같은 요소들이 겹쳐 관중동원에서도 목표에 미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시즌 2백만명을 목표로 삼았으나 1백69만명에 그쳐 목표의 84%에 그쳤다. 게임당 관중수도 계속하향세를 보이고있어 KBO의 새로운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프로야구가 국민들로부터 진정 사랑받고 인기있는 스포츠가 되기위해서는 구단과선수, KBO와 팬들이 모두반성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뒤따라야한다.

<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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