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흔들리는 EU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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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군요. 브렉시트 국민투표 1주일 전에 EU 잔류를 주장하던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이 살해당했습니다. 대낮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탈퇴파, 잔류파 모두 선거운동을 중단했습니다. 후폭풍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특히 이 사건이 부동층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브렉시트(BREXIT)와 브리메인(BREMAIN)을 가를 전망입니다.

금융시장은 일단 잔류에 무게를 두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빠지던 파운드화는 반등했고, 달러당 100엔선으로 치닫던 엔화가치는 잠시 숨 고르기 양상입니다. 잔류가 확정되면 시장 지표들이 브렉시트를 우려하던 때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시장의 급격한 동요는 큰 리스크입니다.

문제는 신고립주의가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국의 국민투표 사흘 뒤인 26일엔 스페인의 총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시적인 EU 탈퇴는 아니지만 EU의 정책과 분명한 거리를 두는 급진정당이 제2당으로 올라설 판이라고 합니다. 내년 4~5월의 프랑스 대선에선 보수와 극우 사이의 쟁탈전이 예상됩니다. 올랑드 대통령의 재선은 물 건너 간 모양입니다.

이처럼 유럽 각지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부상하면서 EU의 결속은 갈수록 흔들리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초반부터 개헌론이 강력하게 부상했습니다. 다만 개헌의 내용은 하나로 수렴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독일식 내각제 등 제각각입니다. 모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를 주장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합의입니다. 또 현직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현 정부 임기 중엔 개헌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치권이 이 요건을 모두 만족시킬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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