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지진참사 남의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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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멕시코의 지진은 강건너 불인가. 인구 1천만명, 단독주택 74만 채, 아파트와 연립주택 43만 채, 고층(10층 이상)빌진 1천7백52동의 수도서울에 진도5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안전」과 「불안」양설이 맞선 가운데 아직은 「안전지대설」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마음놓고 있을 만큼 1백% 안전하다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는 실정.
우리 나라에서도 매년 15회 안팎의 지진현상이 나타나고있으며 특히 78년10월 진도5의 홍성지진과 81년4월 진도4의 포정지진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지진발생현황과 그 대비책을 관계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본다.
◇지진발생 현황=중앙기상대 지진계에 잡히는 우리나라의 지진현상은 연간 평균15회에 이르며 이중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진도2이상의 유감지진만도 지난 78년 이후 지금까지 59회(32건은 남한에서 발생).
기상대가 지진관측을 시작한 63년이후 가장 강했던 지진은 78년10월7일의 홍성지진. 진도5의 이 강진으로 주민2명이 부상했고 2천8백여채의 건물벽이 갈라지거나 굴뚝·돌돔·석축 등이 무너지는 피해를 냈다.
이에 대해 기상대 지진담당 김상조 기상기사는 『우리나라에는 지진의 주기나 다발지역으로 특정할만한 곳이 없고 규모 6이상의 지진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비교적 안전지대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양대 김소구 박사 (지구해양과학과장)는 『빈도·크기가 문제일 뿐 결코 우리 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인접한 중공에서는 76년7월 진도7·6의 「당산」지진으로 65만여명, 일본에서는 23년9월 진도8·2의 관동지진으로 14만3천여명이 사망했다. 또 우리나라에선 779년 경주지진으로 1백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까지 각종 기록상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횟수는 약1천9백회로 주요발생지역은 ▲홍성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지리산일대 ▲포정∼부산간 지역 등으로 크게 구분되는 것이 보통.
특히 강화·개성에 지진이 잦아 서울에서도 대비책을 세워야한다고 김교수는 강조한다. 더구나 최근 들어 유감지진횟수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곳곳에 시설된 댐 등 대규모 토목공사가 지진을 촉발하는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예상피해=멕시코시티를 강타한 것과 같은 진도5∼8의 지진이 엄습한다면 서울은 어떻게될까. 지질·건축학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멕시코시티이상의 참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멕시코에 비해 지반은 비교적 단단하지만 대부분의 주택과 건물상태가 부실한데다 내진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
진도별 예상피해는 진도3(약진)까지는 별다른 피해가 없지만 진도4(중진)일 때엔 불안전한 주택과 건물상당수가 부서지고 진도5(강진)일 때엔 『대단히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김소구박사는 진단했다.
김박사는 『철강재나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 건물이나 견고한 지반 위의 신축주택은 별 문제없으나 20∼30년된 낡고 부실한 건물은 대부분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건축구조 전공인 이리형 박사 (한양대 건축공학과교수)도 『지반이 약한 지역의 시멘트블록 또는 벽돌건물이나 허술한 집들이 거의 주저앉을 정도로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무리 견고하게 지었다해도 내진설계를 하지 않은 빌딩이라면 대부분 크고 작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건물은 주택이나 빌딩이나 지진에 대해서는 「완전무방비」라는 것이 학자·공무원·시공업자의 공통된 이야기다.
◇내진대책=건물의 지진피해를 막는 방법은 철저한 내진설계와 시공을 하는 길밖에 없다. 건물의 면적·높이·무게·지반 등에 따라 건물의 하중·풍압을 견디는 설계와 함께 별도로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설계를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건물이 균형을 잡도록 좌우·전후대칭으로 배치하고 중앙부분에 코어(심)구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건물의 기초를 경암에 닿게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벽이 많고 공간이 좁은 구조로 된 건물이 지진에 강하다. 벽이 횡력을 잡아 내진·내력의 역할을 하기 때문. 따라서 공간이 큰 건물보다는 벽 칸막이가 많은 빌딩, 큰 평수의 아파트보다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지진에 더 안전하다.
대형건물의 내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부구조에 X자·K자·I자·L자·H자·口자 등의 철강브레이스를 박는다.
국내에서 가장 내진설계가 잘된 것으로 알려진 중앙일보신사옥 (지상 21층, 지하 4층)은 경암층 위에 두께 2m20cm의 그물형 철근이 든 고강도 콘크리트 기초를 한 후 철골을 박아 건축한 것으로 지진규모6 (진도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돼있다. 특히 방과 방사이의 칸막이는 특수석고판 (Gypsum Board)을 사용하고 가스·수도물의 파이프배관도 연결부분이 고무로 된 노허브튜브 (Nohub Tube)를 이용, 건물이 지진으로 진동해도 파이프가 파손되지 않도록 특수 설비돼 있다.
이와 함께 형광등 등 천장구조물 등도 좌우는 물론 대각선으로 끈으로 연결돼 있어 진동으로 건물이 흔들려도 부착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여의도 63층빌딩의 경우도 층마다 횡으로 철강브레이스를 넣고 경암밑으로 1m까지 파일을 박았으며 중앙에 엘리베이터 시설을 하는 등 코어부분을 배치, 건물이 좌우로 각각 60cm까지 흔들리면서 균형을 잡아 역시 지진규모6 (진도5)에도 견디게 설계돼있다.
내진시설을 하는데는 건축비가 보통 5∼10%, 경우에 따라서는 20∼30%가 더 든다. 그렇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 신축건물은 물론 보수건물에도 앞으로는 내진설계를 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웃 일본이나 대만처럼 건축법과 건축물구조기준에 내진조항의 신설·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신종수·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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