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화사건 국선변호인 변론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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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고인들은 광주사태 진상규명 요구에 목표를 두고 자신들의 행동을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범법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운동은 1공화국의 부산정치파동, 3·15부정선거 등 부정적 요소에 4·19로 저항했고 3, 4공화국 때 3선개헌과 유신이라는 반민주적 집권기도에도 저항해 왔다. 또 10·26과 12·12사태 이후 계엄과 재야인사 구속사태에도 저항했고 특히 광주에서는 격렬했었다.
피고인들은 광주에서의 진압과정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저항하는데서 출발한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반민주적 정치에 저항하는 정당행위라고 보고 있다.
결국 과거의 학생들이 반민주화의 기미가 보이면 저항했듯이 이 피고인들도 정부와 못 마땅한 점들을 지적키 위해 행동한 것이다.
검찰의 공소사실 및 주장이 안고 있는 5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겠다.
첫째, 건조물 침입의 범의에 대한 피해자측의 묵시적인 승낙이다. 미국측은 피고인들이 문화원 안에 있었던 그 시간 동안 한국 경찰의 체포요구를 거절함으로써 피고인들의 행위에 묵시적인 승낙을 했다.
둘째, 미문화원은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사전에 들어간 학생도 정당하게 들어갔고 나머지도 정당히. 들어갈 권리가 있다. 이는 마치 백화점에 들어간 것과 같은데 이를 건조물 침입죄로 볼 수 없다.
셋째, 피고인들이 미문화원에 들어간 것은 정당한 목적이 있어 들어간 것이라고 믿고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어 무죄다.
네째, 미문화원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도 한국경찰이 출입을 막았다면 이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당한 직무집행을 하고 있지 않은 전경에게 상해를 입힌 것은 폭력행위는 될지언정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죄는 해당 안 된다. 또 치상이 누구에의해 가해졌는지 공소장에도 특정돼있지 않다.
다섯째, 함운경군은 「스탈린」의 저서를 소지는 했지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할 목적이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소지만으로 처벌한다는것은 부당하다.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당시도 공산서적의 소지만으로 처벌하는 남용을 막기 위해 목적범으로서 그 처벌대상을 엄격히 했다.
함군이 학생회장 선거 때 내세운 「양키는 집으로 돌려보내져야 한다」는 벽보도 미군철수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중 부정적인 요소를 지적한 것이다.
공소장은 「피고인들이 광주사태를 계엄군이 가혹한 진압을 함으로써 일어난 민중탄압사건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점에 대해 검찰측은 적극적인 증거제시가 없고 변호인측 증거조사신청은 기각돼 심리미진에 해당한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 전원은 무죄다.
설사 재판부가 견해를 달리 하더라도 미국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 또 배우는 학생들이라는 점을 참작해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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