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시아버지’ 남범진씨의 자식농사 비결은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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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범진씨가 아들 에릭과 체코 여행 중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다.

애틀랜타 한인들에게 남범진씨는 메트라이프 조지아 지부의 책임자로, 또 한인 교회의 장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요즘에는 아들 에릭남의 유명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는 경복고와 경기대를 졸업하고 한국 동부화재에서 근무했다. 1986년 애틀랜타로 도미한 뒤 조지아주립대학에서 보험학으로 대학원을 마쳤고, 현재 28년째 보험업계에 몸담고 있다. 사람들은 에릭남을 보고 아버지의 자식농사 비결이 뭔지 궁금해한다.

▶“체코 여행은 그냥 아들과 함께한 여행”=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보여진 남범진씨와 아들 에릭의 모습은 일상생활 그 자체였다. “뭐 특별히 준비한게 없어요. 하루종일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데 준비한다고 해서 더 좋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대로 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서 얼떨떨합니다.” 그는 “아내가 나서지 말라고 했다. 괜히 자식 자랑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겠느냐고 만류했다”며 “지금도 아들이 조금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자랑할 만한 이야기도 없다”면서 쑥쓰러워 했다.

▶“가수 도전, 말리지 않았다. 떨어진다고 생각했으니까”= 에릭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물었다. “순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무척 많았어요. 그런 호기심 덕에 인턴, 컨설팅 업체, 투자은행, 베이징대학 교환학생, 접시닦이 등 안 해본게 없을 정도에요.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할 것이 없는 것이 더 무서운 애였죠.”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학졸업 후 컨설팅업체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인도에서 일하던 중 가수에 도전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말리지 않았다. 1차 예선에서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자꾸 올라가더라구요. 하하… 한국에서 한 7개월 있었나요? 노래는 어려서부터 기가 막히게 잘했어요. 성악가 출신 이모가 있는 외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걱정스럽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음악이라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에릭이 공부하고 취직하는 것 보다 더 어렵고 큰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경험하는 이 일이 인생을 놓고 볼 때 더 가치 있는 일인데 왜 말려야 하나”라며 반문했다.

▶“성공이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 에릭남은 바른 인성과 매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중들은 방송을 시청하면서 에릭의 생김새와 행동, 매너까지 아버지 남범진씨를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교육에 대해 “별다를 게 없다. 훌륭한 한국 부모님들과 다를 게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다만 남범진씨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생활을 단순화시켰다고 했다. “주중엔 일, 토요일엔 가족과 함께, 그리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집중했어요. 지금도 골프를 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특별히 자녀들에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한 적도 없다. 대신 ‘성공’의 정의에 대해서는 늘 이렇게 강조했다. “남을 많이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서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는 것도, 노래를 하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도록 영향력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죠. 지금도 자녀들이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 꼭 필요”= 남범진씨 부부는 3명의 아들들을 모두 특별하게 키워냈다. 맏이 에릭은 보스턴 칼리지를 나와 연예인이 됐고, 둘째 에디는 보스턴 소재 노스이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막내인 브라이언은 명문 콜럼비아대학에 재학 중이다. 특히, 둘째와 막내는 학창시절 축구팀에서도 활동하는 등 공부와 예체능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남씨는 “다 자신들이 원한 일”이라며 “심사 숙고한 뒤에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공부도 운동도 책임감을 갖고 하더라. 부모가 할 일은 그 선택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또 하나는 ‘휴식’이다. 그냥 바쁜 일상에 휩쓸려 살아가기보다는 휴식을 통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뭘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합니다. 고민하는 기간 중에는 봉사활동이든, 인턴이든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죠. 이런 시간을 통해서 갈 방향을 잡고 나면 그냥 믿고 기다려주면 됩니다.”

▶“아들은 성장하는 과정… 짝은 잘 찾았으면”= 그는 연예계 생활을 하는 아들을 향해 “철이 없어서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자기 가치관이 잘 확립되어 있는 아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태여 바라는게 있다면 “좋은 짝을 잘 만나는 것”이다. 남씨는 방송을 통해서도 ‘짝을 잘 찾으면 평생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릭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데, 늘 주변의 이성 친구들을 잘 눈여겨 보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다른건 몰라도 결혼만은 원만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해야 할 사람을 선택하는 일인데 얼마나 중요해요. 바라는 상이 있다면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아버지는 인터뷰 말미에 이날 발표된 에릭의 신곡 ‘인투 유’(Into You)를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늘 우리 뒤에 든든하게 서 있는 여느 아버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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