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시장이 커보이는 걸…눈 돌리는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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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은행과 증권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수신상품의 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금리 내려가며 수익성 떨어지자
부동산 투자자문 시장에 주목
수수료 챙기고 예금 재유치 장점
증권사는 사모펀드로 활로 찾기

한국씨티은행은 14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인 ‘참 착한 기업통장’ 금리를 예금액 1000만원 이하 기준으로 연 0.1%에서 연 0.01%로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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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대상 예금이긴 하지만 은행 수입에 별로 기여하지 않으면서 계좌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소액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에 사실상 제로금리를 적용한 셈이다. 농협은행도 같은 날 1년 기준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1.3%에서 1.2%로 0.1%포인트 내렸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도 많게는 0.2%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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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도 수신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대신증권은 13일 개인·법인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금리를 1.40%에서 1.15%로 0.25%포인트 내렸다. 앞서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기준금리가 인하된 지 하루 만에 RP형 CMA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린 연 1.10%, 1.1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예금금리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적금 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소비자의 심리적 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자 소득세(15.4%)를 떼는데다 연간 0.7~0.8% 되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보다는 ‘금고’의 의미에 가까워진다.

이 때문에 은행이 눈을 돌리고 있는 시장이 부동산 투자자문 시장 등 수수료 시장이다. 자산가치의 2%(최대)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대출 같은 연계 서비스에다 매각한 자금을 예금 등으로 재유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15일 “손님들에게 새로운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와 안정적인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자문업에 신규 진출한다”고 밝혔다. 은행 지점을 방문해 본점에 있는 ‘부동산자문센터’에 자문을 신청하면 감정평가사와 부동산 전문가가 영업점으로 나와 부동산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동산의 매입 타당성이나 매각 가치 분석, 개발 타당성 등을 분석해 주고, 절세 방법 등을 상담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자산 가격의 최대 2%선이다. 앞서 신한은행(2014년 11월), 우리은행(지난해 9월), KB국민은행(지난해 11월)도 부동산 투자자문업 인가를 획득하고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김일환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 팀장은 “여전히 자문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객관적인 가치 평가와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부동산 투자자문을 통해 지난해 12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포함해 기타 부대 수입으로 총 18억원의 이익을 냈다.

증권사 역시 최근 부동산과 같은 틈새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은행이 이자수익이 줄어 고민이라면 증권사는 주 수익원인 위탁매매 수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이나 인프라(SOC) 등과 같은 대체투자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사모펀드 시장에도 진출한다. 정부도 사모펀드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헤지펀드 운용업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로 인해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이자 수익(은행)이나 위탁매매(증권) 수수료로 안정된 수입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며 “고령화 등 소비자의 변화된 니즈에 맞게 자산관리 시장을 전문화하고, 여기서 수수료 등 신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김성희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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