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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리 출생증명서 위조 확인…당혹스러운 농구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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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리. [중앙포토]

지난 시즌 국내 여자프로농구 코트를 누빈 미국 출신 첼시 리(27)에게 한국인의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15일 '첼시 리가 특별 귀화를 위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법무부에 제출한 자신과 아버지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첼시 리가 제출한 출생증명서 상의 아버지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며, 해당 증명서도 미국에서 당시 사용하던 양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첼시 리의 할머니로 알려진 이 모 씨의 사망증명서는 진본이지만 선수와 관계가 없는 인물이었다. 검찰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첼시 리와 에이전트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미국 사법당국에 공조를 요청했고, 답이 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첼시 리는 2015-2016 시즌 부천 KEB하나은행에 입단해 득점상(평균 15.2점)과 리바운드상(10.4개)·신인상은 물론 2점 야투상·윤덕주상·리그 베스트5까지 6개의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한국 혼혈 선수'로 분류돼 외국인 쿼터의 적용을 받지도 않았다. WKBL 규정엔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인이면 해외 동포 선수로 국내 선수와 같은 자격을 부여한다. 첼시 리의 활약에 힘입어 KEB하나은행은 창단 후 최고 성적(준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시즌 내내 첼시 리가 제출한 서류들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WKBL이 지난해 10월 "KEB하나은행에서 제출한 할머니 사망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첼시 리가 한국계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잠잠해졌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첼시 리가 여자농구대표팀 전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법무부에 특별 귀화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첼시 리측이 제출한 출생증명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제보가 전달됐고, 법무부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발표에 첼시 리의 전 소속 구단 KEB하나은행과 리그 운영주체인 WKBL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문서 위조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장승철 구단주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향후 첼시 리와 에이전트에 대해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EB하나은행은 이미 지난달 말 첼시 리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WKBL도 "이번 사건으로 농구팬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안겨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 "(사실일 경우) 연맹의 공신력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엄중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선수등록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WKBL측은 "선수등록 서류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동포선수 규정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WKBL은 조만간 이사회와 재정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의 제재 수위, 기록 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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