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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사퇴권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달 법관 정기이동에서 비롯된 인사파동은 급기야는 사법부의 장인 대법원장에 대한 대한변협의 자진용퇴를 권고하는 사태로까지 발전되었다.
「권위와 존경의 상징」처럼 여겨오던 사법부의 수장에 대해 이처럼 당돌한 사퇴권고까지 나오게된 현실이 우선 충격적이다.
그것은 한낱 법관인사의 차원이아니라 「사법부의 위기」를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때 문제의 심각성아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인권보장과 민주수호의 마지막 보루이다. 기본인권의 보장은 사법부의 독립없이는 이루어질수 없으며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독립과 신분의 보장이 선결 조건이다. 다시말해 국민의 기본인권은 법관의 독립과 신분의 확고한 보장위에서만 보장될수있는것이다.
바로 그 법관의 신분이 흔들리면 국민의 기본인권은 과연 온전할것이며 나아가 사법부 자체가 온전할수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수없다.
대한변협이 이번 건의문에서 법관인사권의 남용을 거론하고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결단을 촉구한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그동안 법관의 인사는 뒷말이 더러있었다. 대법원장의 독단이 너무 작용한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공공연히 떠돌았고, 법관인사가 때로는 징계방법의 대용으로 사용되거나 감정적 보복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인상도 없지 않았다.
이번 파동 역시 일부 법관이 뚜렷한 명분없이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말이 나도는 가운데 이를 비판한 글을 쓴 판사가 하루만에 전격 인사조치되면서 비롯됐다.
결국 이번 대한변협의 건의가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론할 정도로 감정적인듯한 반응을 보여준것도 그런맥락에서 이해해야될 것이다.
파동의 격랑이 법관인사에서 일기 시작해 사태의 추이를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속에 지켜보아 왔으나 지금까지 경위의 설명이나 성의있는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법부의 인사로 인해 세상이 시끄럽고 사법권독립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희귀한 건의문까지 나오는터에 사법당국도 무언가 적절한 해답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변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차후의 법관인사는 어떻게 공정성을 갖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할것이다. 가령 대법관회의에서 의논하는 것도 한 방법일수 있다. 우선 재발을 방지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법파동은 71년의 그것과도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71년의 파동이 법원외적문제, 즉 검찰과 법원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되었다면 이번 파동은 추수하게 사법부 내부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그 원인을 사법부 내부가 제공했고 문제가 야기된만큼 이의 해결도 내부에서 모색되어야하고 그 책임 또한 내부가 져야 할것이다.
재야법조인들의 건의와 의견들이 무슨뜻을 지니고 있느냐를 새삼 헤아려보고 사법부가 무엇인가 교훈을 찾아야 이번 파동은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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