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안철수, ‘불법자금 의혹’ 비호하면 한 방에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어제 국민의당은 김수민 의원이 선거 홍보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억대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단 을 꾸렸다. 조사단은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해 국민에게 알리고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의혹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 운운하던 안철수 대표가 하루 만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로 자세를 바꾼 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기존 정당의 비리·기득권·진영논리를 척결하겠다는 ‘새정치’ 깃발로 국민의당을 창당해 제3당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런 국민의당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회계조작 혐의를 받게 됐으니 상황 전개에 따라선 안철수 정치가 뿌리 뽑힐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불법 뒷돈 스캔들은 안철수 대표가 가장 혐오했던 대기업의 갑질 행태를 국민의당이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이 문제가 되고 있다. 4·13총선 때 당 홍보위원장이었던 김수민 의원이 광고대행업체와 인쇄업체에 30여억원 규모의 물량을 발주하고 그 대가로 2억3000만여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 호텔’이라는 회사를 통해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자 당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도 관련 자금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선관위에 제출해 해당 액수를 선거비용으로 돌려받으려 한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은 선거 때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깊숙이 개입한 실력자다. 비례대표 7번인 김수민 의원은 ‘청년여성디자인 벤처창업가’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청렴한 신인정치인 모습을 띠었으니 새정치의 환멸이 깊어질까 두렵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업체 간 거래일 뿐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인 듯하다. 검찰이 얼마나 정밀한 수사를 해낼지 지켜볼 것이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행여 소속 의원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다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