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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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핵의 섬광이 번쩍이고 난 7년후인 52년에 『더 이상 히로시마가 없기를』이란 제목의 발레가 일본에서 처음 막올랐다.
이 작품은 원폭당시의 부상으로 계속 치료를 받아야했던 안무가 「히데오·기무라」씨와 18명의 원폭생존자들로 이루어진 히로시마 댄서단의 공연이였다.
처음에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나 초연 3년뒤인 55년에 『혼자 반짝이는 별』이란 새제목으로 공연되어 큰충격과 함께 호평을 받았다.
그 이후부터 부토(Butoh)라고 불리는 독특한 율동을 가진 현대무용이 생겨났다. 그 부토의 추종자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원폭 잿가루의 형상을 표시하는 하얀 밀가루로 분장 하고, 거의 벌거벗다시피한 나신으로 고도로 통제된 동작과 느린 율동으로 자신의 육체언어를 보여준다.
85년초 뉴욕에서 공연된『핵분열』이란 작품은 부토에 독일의 표현주의와 미국의 후기현대극을 합친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재해를 상징하는 흰 넝마누더기를 걸친 2인조 댄서가 언밸런스 속에서 서로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바보처럼 사방을 마구 헤매기도 하는 기묘한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85년 가을에 워싱턴 공연까지 계획하고 있다.
원폭과 관련된 서방세계의 무대작품으로는 「루신더·차일즈」 안무의 『해변가의 아인슈타인』이 잘 알려져 있다.
76년 프랑스 아비뇽공연을 시작으로 유럽전역의 공연을 마친 이 작품은 84년에는 브루클린 음악원에서 앙코르공연까지 가졌다.
복합매개체에 의한 화면처리는 인간의 발전상과 더불어 비례하는 파괴의 대참상을 표현주의 기법으로 나타냈다. 작품의 마지막엔 버섯구름의 엄청난 이미지를 투영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전율에 떨게 했다.
또 「캐시·포진」의 『원자시대의 아이들』은 원폭의 어두운 그림자를 추상적인 춤으로 보여주었고 「앨윈·니컬러스」의 작품『탑』은 번쩍이는 폭발 속에서 건축구조물의 파열을 다루었고, 「폴·테일러」의 『세묘비명』은 세명의 기형아들이 무대 배역을 맡았다.
이밖에도 지난 20년동안 「애너·스콜로」의 『밤』「조지·블랜카인」의 『캐머직뮤 넘버 투』등 많은 작품들이 폭음과 파괴를 율동으로 나타냈다.
【워싱턴 포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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