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골프 등 26개 차종 연비자료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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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AVK)가 연비 관련 자료를 조작해 정부 당국에 낸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 관계자는 8일 “AVK가 2012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공단에 제출한 연비 신고 시험성적서가 조작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2년간 에너지공단에 제출한 서류
시험일자, 데이터 등 48건 조작
검찰, 독일·미국에 수사공조 요청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자동차 제조·수입업자는 산업부 장관이 정하는 기관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해 소비효율(연비)을 표시해야 한다. 당시 AVK는 독일 본사에서 차량 테스트를 거쳐 얻은 연비 시험성적서를 한국에너지공단에 냈다. 이 과정에서 AVK가 골프 2.0 TDI 등 26개 차종의 시험성적서 48건을 조작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차량들은 ‘유로5’ 기준(1㎞ 주행 시 0.18g 이하의 질소산화물 배출)이 적용된 차량이다. 2011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연비 시험일자를 조작한 사례는 31건이었다. 당시엔 제출일부터 60일 이내(현재는 90일)에 측정된 시험성적서만 유효했다. 하지만 AVK는 기한이 지난 성적서의 날짜를 고쳐 60일 내에 측정된 것처럼 만들었다. 나머지 17건은 차량 중량 등이 맞지 않았다. 검찰은 일부 모델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구하지 못하자 다른 모델의 성적서를 모델명만 바꿔 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시험성적서를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내에서 차량을 서둘러 판매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AVK의 서류 조작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검찰은 ‘유로5’ 기준 적용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수사하고 있는 독일과 미국의 검찰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독일 본사 서버에 저장된 한국지사 관련 e메일 등 배출가스 조작의 고의성을 입증할 자료를 독일 볼프스부르크 검찰청과 미국 뉴욕주 검찰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주부터 AVK 관계자를 불러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1일 압수한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 956대 중 606대가 인증 없이 수입됐고 일부 차량의 배기관(머플러)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한국닛산과 이 회사의 기쿠치 다케히코(46) 사장에 대한 수사도 시작했다. 한국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조작됐다며 지난 7일 고발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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