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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도부에 다자회담 촉구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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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정부 특사자격으로 지난 12일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외교부 부부장이 북한 지도부와 북핵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밝혀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戴는 방북 기간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핵 실무 총책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했다.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은 지난 3월 초 첸치천(錢其琛)전 부총리가 삼지연으로 金위원장을 찾아간 이래 두번째다. 북한이 현재로선 핵 문제와 관련해 戴부부장에게 어떤 입장을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金위원장이 戴부부장을 직접 만났고, 북한이 이를 방송을 통해 공개한 것은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북한이 대화를 외면하고 핵개발을 선택했다면 金위원장이 戴부부장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戴부부장은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다자대화 수용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다자대화 수용 입장을 밝혔는지는 알 수 없다.

북.미 양자회담을 먼저 연 다음 다자대화를 하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북한 방송이 戴부부장의 방북을 전하면서 '조.미 사이의 핵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 데서도 감지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한국이 북핵 문제의 최우선적인 당사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戴부부장이 기존의 베이징 회담에 한국을 보태는 4자 회담 방안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요즘 들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에 점차 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이 실제 북한에 대해 제한적인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그 경우 중국의 안보, 나아가 경제건설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또 미국의 압박이 장기화하기만 해도 북한의 체제가 대책없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중국은 왕이(王毅)외교부 부부장을 실무 책임자로 내세워 전반적인 대북 조율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초 王부부장과 戴부부장을 미국과 러시아에 파견했다.

전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으로 김정일을 다섯차례 만난 적이 있는 戴부부장은 현재 중국 외교부의 가장 확실한 북한통으로 꼽힌다.

오영환 기자,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14일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중국 정부 특사인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오른쪽에서 둘째) 일행과 만나고 있다.다이빙궈 특사는 다자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평양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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