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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용카드 분쟁, 이럴 땐 보상 못 받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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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원 金모(35)씨는 4월 초 퇴근 길에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즉시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했지만 이미 현금서비스로 6백만원이 인출된 상태였다.

金씨는 자신의 고의나 중대과실이 없었던 만큼 카드회사가 부정 사용된 금액을 보상해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카드사는 金씨가 자신의 출생연도와 똑같은 1968을 비밀번호로 정한 것은 사용자의 중대한 과실이라며 보상을 거절했다.

회사원 朴모(29.여)씨도 어처구니없는 일로 쓰지도 않은 7백여만원의 카드 사용액을 물어야 했다. 3월 초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朴씨는 즉시 넉장의 카드에 대해 분실 신고했다.

그러나 한달 뒤 한 카드사에서 7백35만원의 사용액 청구서가 날아왔다. 朴씨는 그제서야 평소 사용하지 않던 카드 한장이 지갑에 더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분실신고를 했지만 지연신고를 이유로 보상받을 수 없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난.분실 등 신용카드의 부정사용과 관련된 분쟁 7백41건 중 절반을 넘는 3백80건이 카드 소지자들이 관리와 사용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 보상받지 못했다.

카드회사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카드 소지자 두명 중 한명은 억울하지만 부정 사용액을 고스란히 물었다는 의미다.

특히 비밀번호가 유출돼 현금이 인출됐을 경우엔 1백% 보상받을 수 없다. 카드 소지자가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뒷면에 서명을 하지 않은 카드가 분실되었을 때도 보상받는 게 어렵다. 다만 매출전표를 발행하는 가맹점이 서명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카드 소지자와 가맹점이 절반 정도씩 책임을 지게 된다.

가족 간에 카드를 서로 빌려주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자영업자인 崔모(49)씨는 컴퓨터를 사려는 아들에게 카드를 줬는데 아들이 이를 잃어버렸다. 이후 3백만원의 부정사용이 발생했지만, 카드사는 가족 간에 카드를 빌려주는 것도 법에 금지된 '카드의 대여'에 해당한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전화를 걸어 경품에 당첨됐다며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물어본 뒤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낯선 이들에게 카드 관련 정보를 알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는 특히 신경써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를 여행한 카드 소지자들 중 카드를 잃어버렸거나 빌려준 적이 없는데도 사용액이 과다하게 청구됐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은데 대부분 점원에게 카드를 건네준 뒤 매출전표를 가져오도록 한 경우라는 것.

해외에서 발생한 카드사고는 현지 가맹점의 비협조 등으로 국내에서보다 보상받기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금감원 분쟁조정실 김강현 팀장은 "카드 이용한도가 높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수입과 지출 수준에 맞게 이용한도를 줄이는 것이 부정사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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