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막스마라 사장 루카 도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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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의 막스마라 매장에서 만난 루카 도니니(40) 막스마라 사장은 소탈하고 친근한 태도로 기자를 맞았다.

전 세계 95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막스마라는 최근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1990년 한국에 들어온 이래 2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내의.향수 등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도니니 사장은 이탈리아 기업이었던 막스마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막스마라 소속 8개 라인을 모두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는 그는 "한국은 높은 성장률을 보여온 세계 10위의 시장이며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막스마라는 어떤 옷인가.

"여성들이 옷을 입는 목적은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위해 입는 옷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옷이다. 막스마라는 두가지 옷 중 자신을 위해 입는 옷에 가깝다. 유행에 덜 민감하고 몸을 조이지 않는다. 여성미를 중요시하지만 입는 사람이 편하게 여기는지를 더 중시한다."

▶자신을 위한 옷이란.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있는 여성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스스로의 판단과 기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옷의 가격과 질을 따져 구매를 결정한다. 제품에 비해 값이 비싸거나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옷은 구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어떤 옷을 만드나.

"막스마라에는 30년 동안 디자인이 변하지 않은 옷들이 있다. 변화를 추구하지만 기본적인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것은 막스마라 제품의 특징이다. 51년 창립 당시부터 단순미를 강조해왔던 막스마라의 기본적인 제품 성격은 지금까지도 유지된다."

▶막스마라는 30,40대 위주의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이다. 막스마라의 주요 고객층은 30, 40대이며 이들을 위한 옷이 가장 많다. 막스마라는 30, 40대를 위한 옷으로 인식되는 것을 환영한다. 20대는 유행에 많이 좌우되지만 30, 40대는 유행보다 자신의 기준을 중시한다. 막스마라는 유행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젊은층의 기호를 무조건 좇지는 않는다. 30, 40대는 가장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이기도 하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 브랜드인 막스마라는 최고급 소재만을 사용하며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수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 정장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대신 젊은층을 위한 옷은 라인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막스마라는 총 8개의 라인을 갖고 있다. 젊은층을 위한 라인은 '스포츠막스'와 'S 막스마라' 등이다. 또 '위켄드'는 비공식적인 자리나 여가 시간에 적합한 스타일의 옷이다."

▶소재를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막스마라는 창립 당시부터 회사 내에 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원단을 구해다 디자인과 제조만 하는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이다. 이에 따라 원단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고 이 같은 전통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현재도 최고의 원단만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유의 마케팅 기법이 있다면.

"막스마라는 맞춤복 중심이던 50년대 이탈리아에 최초로 기성복에 대한 개념을 도입한 회사다. 일부 특권층 중심의 옷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적인 취향을 중시한다. 수석 디자이너 한 사람에 의해 전체 디자인이 좌우되거나 파격적인 실험을 무모하게 시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신의 흐름을 도입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브랜드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대중의 기호를 반영하기 위해 동시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60년대부터 칼 라거펠트.에마뉘엘 칸.루치아노 소프라니 등 유명 디자이너들을 1년이나 2년 단위로 기용해 디자인을 발전시켜 왔다."

▶가장 큰 경쟁력을 꼽는다면.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는 드물게 통합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전 매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제품의 판매와 재고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고객 정보, 매장의 지역적 특성 등 제품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통합 관리되므로 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현재는 유럽 국가들만 통합 관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아시아 등 전 세계로 이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경기는 언제나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지금은 시장에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아진 시기다. 하지만 곧 균형을 잡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고가 브랜드는 사는 사람이 고정돼 있는 편이라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한국 시장의 특징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옷감의 질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여성들에 비해 노출을 꺼리는 편이다. 한벌을 사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상.하의를 따로 구매해 조화시켜 입는 경향이 강하다. 옷뿐 아니라 구두나 핸드백 같은 액세서리도 중시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상품 다양화를 진행 중이다. 2000년 샤라리(Saralee)그룹과 공동으로 스타킹을 개발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웰라(WELLA)그룹과 공동으로 향수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 그 향수 제품이 전 세계에 선보인다. 한국 시장에서의 계획은 아직 들여오지 않은 막스마라의 다른 브랜드들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매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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