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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안 하고…올림픽 리우에 방 2만6000개가 생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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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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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주경기장. [사진 에어비앤비]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 행사에는 일시적 서비스 수요가 급증한다. 따라서 인프라 투자 여부를 놓고 모든 주최 국가가 고민하게 마련이다. 오는 8월 5일 개막하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역시 같은 문제를 고민한다.

한 해 7000만명 쓰는 에어비앤비
올림픽 조직위 ‘숙소 고민’ 덜어줘
기업가치 30조원, 힐튼과 맞먹어

지난달 16일 리우올림픽 조직위 마리오 안드라데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올림픽 기간 중 하루 60만 명의(38만명은 외국인 추정) 관광객이 예상된다. 그들을 위해 새 호텔을 건설하고 크루즈선을 활용한 숙박시설 제공도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리우올림픽 조직위가 찾은 대안은 ‘공유 경제’다. 에어비앤비의 민박 시스템을 활용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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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택시와 함께 공유경제의 양대 산맥으로 떠오른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3월 리우올림픽 조직위와 ‘공식 대체숙소’ 파트너 협약을 체결했다. 2012년 남미에 진출한 에어비앤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간엔 2만6000개의 시설을 확보해 숙박의 한 축을 담당했다. 올해는 리우에만 2만6000곳(브라질 전역엔 8만곳)의 숙소를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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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숙소는 다양한 지역·가격이 특징이다. 리우 중심가 아파트에서 호스트(왼쪽 세번째)와 기자들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 에어비앤비]

같은 날 만난 레오나르도 트리스타오 에어비앤비 브라질 지사장은 “지난 월드컵을 통해 숙소 제공의 노하우를 축적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며 “대회 개막을 80일 남겨 놓은 현재 3만 5000명이 이미 우리 시스템을 이용해 숙소를 예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숙소 제공자와 숙박자의 안전에 대해 “본인인증제 외에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지원팀, 10억원의 호스트 보호 프로그램(파손 등으로 인한 피해 대비), 200명이 넘는 신뢰안전팀 인력들이 이상 증후를 사전에 체크하고 관련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우조직위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에 약속한 대회 관계자용 숙박 객실 수는 개막 전까지 4만8000실이다. 조직위가 공유경제 기업 에어비앤비와 파트너 협약을 맺는 순간 삽질 한번 안하고 올림픽 관광객이 묶을 수 있는 빈 방 2만6000개가 땅에서 솟아난 셈이다. 물론 그 중에는 기존에 민박용으로 활용되던 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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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로 활용되는 빈민촌 ‘파벨라’ 지역의 숙소. [사진 에어비앤비]

하지만 지구촌을 아우르는 재산 공유 플랫폼과 손잡은 덕분에 관광객들은 ‘숨어있던 빈 방’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트리스타오 지사장은 “조직위와 대체숙소 협약을 맺은 후 호스트(에어비앤비 플랫폼에 빈 방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등록한 객실이 6000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지 호스트의 53%는 여성이며 전체 호스트 중 50대 이상이 30%(미국에선 60대 이상이 30%)에 이른다고 한다. 은퇴 예정자들이나 주부들이 집을 활용해 부업 전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무자본 확장성’ 덕에 공유경제 기업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자기 집 한 켠을 빌려주고 작은 수입을 얻던 것에 착안해 2008년에 창업한 회사다. 하지만 8년 만에 전세계 191개 국가(최근에 쿠바도 추가) 3만5000여 도시에 200만 개 이상의 숙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누적 이용객은 2009년 2만1000명에서 2015년 말 700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가치는 약 255억달러(약 30조원)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호텔체인 힐튼(276억 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또 한 축인 우버택시는 한 술 더 떠 기업가치가 무려 680억 달러(약 81조 원)로 평가됐다.

리우에 머물며 현지 호스트들의 말도 들어봤다. 맞벌이였던 주부 라리사 보르게스(30)는 “상파울루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4년 간 활동했다. 내 연봉의 30%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그렇지만 더 큰 보람은 낯선 나라 사람과 만나는 신기함이었다”고 했다.

브라질 미디어 그룹 ‘글로보’ 직원인 루카스 허디(27)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할머니 아파트를 수리해 2013년 숙박 부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걸 꺼리는 할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할머니가 더 좋아하게 됐다. 요즘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지만 숙박 수입으로 간병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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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가 운영하는 갤러리를 갖춘 객실의 로비. [사진 에어비앤비]

엔지니어 출신 50대 은퇴자인 사이토 요시노리는 일본 도쿄의 호스트다. 리우올림픽 성화봉송 에어비앤비 대표로 뽑혀 마침 리우를 방문중이었다. “집사람이 직장인이라 경제적 어려움은 없다.하지만 사람 만나는 재미에 자식들이 쓰던 방 2개를 에어비앤비에 등록했다”고 했다. 그는 “성화 봉송이 끝나면 내집에 묵었던 사람들을 찾아 4~5개월 세계 여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도 갤러리가 딸린 집을 보유한 중년의 여성 사진작가, 전직 주부 은행원 등 호스트들은 한결같이 ‘빈방을 활용한 경제적 이득’ 외에 ‘낯선 나라 사람과의 만남’을 최고의 수입으로 꼽았다.

공유경제가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한 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공유경제가 양극화를 심화 시킨다”고 꼬집었다. JP모건체이스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소득 상위 20%의 근로자들이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노동 거래)를 활용해 하위 20%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공유경제에 활용할 주택이나 자동차를 가진 고소득층과 노동만을 제공하는 저소득층의 수입 격차가 더 벌어지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한국경영학회장 유창조 교수(동국대)는 “공유경제는 시장의 효율성과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초창기엔 기존 산업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큰 틀에서 규제의 방향성도 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브라질)=임종일 기자 lim559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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