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유품의 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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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선조의 대표적인 문인이었던 고산 윤선도의 유물들과 고택이 그의 후손들에 의해 국가에 기증된다는 소식은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 문제를 되돌아 보게한다.
고산의 유품은 그의 문학작품과 옛그림·고전적 및 각가지 전세유품 등 l만여점으로 4백여년동안 해남 윤씨가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보관해 왔다. 이들 문화재중의 일부는 보물이나 사적등으로 국보지정을 받은바 있고 그 밖의 것들도 중요문화재의 가치를 지닌 희귀한 유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에서 고택을 지켜오고 있는 고산의 14대 종손은 이번에 조상의 유물을 나라에 바치기로 결심한 동기에 대해 『문화재와 유적지는 한 가문의 영광이나 소유를 넘어서 민족적 유산이므로 사회에 환원시키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화유산을 그 후손들이 개인적으로 보관하면 가보에 그치겠지만 이를 나라에서 관리하면 국보가 되고 따라서 그 보존과 관리의 걱정을 덜고 자료로서의 활용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이 생각은 타당하다.
귀중한 문화유산이 개인적으로 보관되는데는 많은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가치활용의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다고는 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도난이나 훼손의 우려가 크고 후학들이 연구자료의 대상이나 참고문헌으로 접하려고 해도 여러가지 장애와 어려움을 가져오기 쉽다.
최근에 있었던 이화장의 이승만박사 유품도난사고는 이러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또한 개인적인 경제력이나 기술로는 이러한 역사적 유물의 보존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오래된 유물을 가능한 한 장기간 원형대로 보존하려면 기온과 습도 및 조명등 까다로운 조건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이러한 엄밀한 관리가 없이는 역사유물은 그 수명을 유지할수 없고, 결국 아까운 문화유산을 잃고 마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이들 귀중한 문화재는 국가 전문기관이 이를 맡아 기술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가치있는 문화재를 중앙에 있는 시설 좋은 장소에 모두 집결시키는 시설중심의 관리체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는 종류에 따라서는 지역적인 가치와 의의가 중요할 경우도 있다. 교육적 가치가 많은 문화재의 중앙집중과 독점이라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선진국의 경우 지방마다 그 지역에 관련된 유물을 해당지역에 현대적 설비를 갖춘 시설을 완비하여 보존하는 실례는 바로 그러한 문화재적 특성을 살리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인 유물 가운데 본래에 있었던 장소에서 그 의의와 가치를 더욱 빛낼수 있는 것들은 가능하면 현지에서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한 다음 현지에서의 보존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하는 방안도 강구돼야할 것이다.
고산 윤선도의 유물의 경우 많은 작품들이 고향인 해남에서 창작됐고 그곳에는 말년에 은거생활을 했던 고택이 있으므로 이를 보수하고, 그의 유물들이 영구히 연고지에 보존될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게 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하여 이곳을 찾는 후학들이 그의 작품속에서 숨쉬고있는 고절과 그가 살았던 환경을 동시에 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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