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기능대회 입상자들의 묵향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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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묵의 향기를 사랑하고 즐기는 가정주부들의 모임이 묵향회. 주부클럽연합회가 69년부터 주최해온 사임당 기능대회 역대입상자중 지필묵을 만지는 여성들만의 모임이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사는 한문과 한글 서예, 사군자 등의 동양화 3종류로 구분되어 있다.
『서화부문만 매년 15명정도의 입상자를 내지만 회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은 70∼80명정도입니다. 매달 20일 낮 12시면 주부클럽연합회에 모여 함께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서로 자극을 주고 받아요.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회원전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조종숙회장(52)의 얘기다.
열성회원들 중 대부분이 처음에는 단지 가정주부의 취미로만 서화를 했고 기능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 10여년 넘게 정기적으로 모여 자극을 주고 받으며 기능을 연마하다 보니 어느덧 전문적인 수준에 이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회장인 조종숙씨는 70년 사임당 기능대회에서 한글서예로 장원을 한 후 계속 기능을 연마하여 오늘날에는 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되었다. 조문희씨(36)는 사군자로 81년도 장원을 했는데 오늘날에는 동아미술상 수상자로 성장했다.
한문서예부문 82년 입상자 홍경희씨(47)는 반포동 집근처에 어린이서실을 열었다. 72년 묵화부 장원의 김정주씨(44)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특별히 전문적인 경지에 이르지 않더라도 우선 한달에 한번씩 모여 잡다한 집안 일을 잊고, 쓰기·그리기에 몰두하는 시간이 이들 주부들에겐 소중하고 즐겁다는 것이다.
우삼례씨(55)는 한문붓글씨를 배우느라 익힌 한문실력을 밑천삼아 이번 여름방학에는 국민학교와 중·고교에 다니는 조카 10여명을 모아놓고 집에 서당을 차리고 훈장노릇을 했다고 자랑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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