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일각료회담 성과|지문날인·무역불균형등 주요현안엔 진척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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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과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각료회담에서 양국은 정상상호방문을 통해서 표방된 「신시대 협력정신」의 구체화와 양국간 「미래상확립」에 토론의 촛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때 분위기는 과거보다 진지했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는 괄목할 만한게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회담에 앞서 이원경외무장관은 실질적인 토론을 희망,『양국정상간의 공동 결의를 보다 구체화할수 있는 계기가 되고 21세기의 공동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일본측도 신시대의 의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관계구축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함으로써 「신시대의 구체화」논의에 들어갔다.
그 결과로 나온 이렇다할 성과가 양국과학기술협력협정의 가서명이다.
이 협정은 양국 민간간 산업기술협력을 증진시킴이 바람직하고 이런 환경을 조성함이 필요하다는 공동인식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동안 논란이 돼왔던 민간기술이전의 외형적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무역불균형의 근본원인의 하나가 일본의 고도기술이전의 인색에서 비롯된 만큼 이 협정을 계기로 민간베이스에 의한 과학기술협력이 확대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간 협정에 민간협력 내용을 포함한다고 해도 막상 민간이 성의를 가지고 준수하려 들지 않으면 선언적 효과이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외무장관회담의 정례화합의다.
「아베」외상은 유동성이 더해가고 있는 국제정세에 맞춰 긴밀한 외교관계의 필요성을 강조, 회담의 정례화를 제의했으며 우리측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한국으로서는 지난4월 전두환대통령의 2차 방미때 한미외무장관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바 있으며 일본도 미국과 외무장관회담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어 한·미·일의 외교협력의 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최근 일·북한 교류확대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밝히고 균형과 자제를 일측에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대해 일본은 『대북한교류는 사전에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조할것』임을 다짐했는데 이는 최근 소련의 극동군사력 증강, 북한-소련의 관계 긴밀화추세를 감안할 때 당연한 대목이다.
일본측의 이같은 다짐은 『중공과 소련의 대한관계 개선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일-북한관계개선이 이뤄져야한다』 는 평행원칙 (parallelism)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이 올들어 경제·문화·스포츠등 민간레벨은 물론 정치적 교류로까지 대북한관계를 확대하려는 추세에 비춰 볼때 이같은 다짐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일본측의 자제가 더욱 요청된다고 하겠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재일한국인의 지문날인제도개선문제와 무역불균형문제는 예상대로 아무런 실질적 진척을 보지 못했다.
지문날인문제에 대해 일본측은 계속 국내사정으로 인한 어려운 점만을 강조해 조속 철폐에 난색을 표명,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무역불균형문제도 「확대균형」의 원론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우리측은 국교정상화이래 지난6월까지 대일무역 누적적자가 3백14억달러로 다른나라와의 무역에서 어렵게 혹자를 내서 대일적자의 절반도 못 메우고 있는 실정임을 다시 강조했으나 일본측은 우리측의 우려를 「이해한다」 는 수준에서 그쳤다.
일본의 지난7월 시장개방행동계획이 양국간의 교역을 확대균형으로 발전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계속적 노력다짐으로 끝났다.
이번 회담은 주요 현안들에 대해 우리측이 시정·개선·확대등 요청을 한데 대해 일본측은 「계속 성실한 노력다짐」을 하는 양상이었는데 결국 신시대의 구체화를 위한 일본측의 보다 성의있는 노력이 더욱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측이 회담모두에 『이번 각료회의를 21세기를 향한 성숙한 양국관계의 이정표로 설정하고 싶다』 고 했으면서도 이를 현안의 논의에서 구체적으로 연결시키지 않은 점이 특히 지적되어야 할것 같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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