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계산보다 표정이 더 정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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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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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보(85~101)=패의 공방은 검토실의 예상대로 흘러간다. 커제는 하변 팻감을 아끼고 좌상 쪽 89로 먼저 응수를 물었다. 이런 곳까지 다 받아주면 백은 패를 이길 수 없으므로 외면하고 패를 해소했다(88…△ , 90…85).

91부터 96까지 일단락.

백은 원하던 대로 패의 공방에서 승자가 됐고 흑은 바라던 대로 좌상 쪽 백의 진영을 짓누르면서 두터움을 취하는 패의 대가를 얻었다.

이 바꿔치기는 어느 쪽이 득일까. 이럴 때는 계산보다 대국자의 표정이 더 정확하다.

패의 공방에서 승자가 된 이세돌의 얼굴은 이전보다 더 어두워졌고 패를 양보하는 대신 좌변 두터움을 취한 커제의 얼굴은 이전보다 더 밝아졌다. 부분적인 바꿔치기 자체는 백도 나쁘지 않으나 흑은 좌변 두터움 이외에 우상귀 ‘완전정리’라는 또 다른 전과가 있다.

게다가 우하귀 쪽 97이 얄미운 선수. 앞서, 상변 흑▲ 의 선행 침투를 감수하면서 머리를 내밀었던 백◎의 체면이 구겨졌다. “바꿔치기 자체는 손해가 아닌데 흐름은 기분이 나쁘네요.” 박영훈 9단이 이세돌의 심정을 대변한다. 중앙 100은 요소. 하변 101 다음 ‘참고도’ 백1, 흑 2면 하변에 광대한 검은 계곡이 형성되는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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