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골수이식 국내서 처음성공|가톨릭의대팀…종양치료의 새 장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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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각종 종양환자에게 강력한 방사선요법이나 화학요법을 실시하기 전에 환자의 정상골수를 미리 뽑아 동결 보존했다가 골수가 완전히 억제되었을 경우 보존했던 골수를 녹여 다시 이식하는 자가골수이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을 거둠으로써 종양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가톨릭의대 혈액종양학과의 김동집·김춘추 교수팀은 22일 지난 7월20일 악성 임파종양을 앓고있던 권모군(15)에게 이같은 방법의 자가골수이식을 실시, 아무런 부작용 없이 치료하는데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골수란 혈액성분(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능을 갖는 뼛속에 들어있는 연한 조직.
이 골수가 파괴되었을 때 정상골수로 바꿔 넣는 것을 골수이식이라고 한다.
골수 공여자(주로 형제간이나 부모자녀간)의 골수를 이용하는 것을 동종골수이식이라 하고 이번처럼 본인의 골수를 빼서 보관했다가 이용하는 것을 자가골수이식이라고 한다.
동종골수이식은 역시 김교수팀에 의해 83년3월26일 급성골수성백혈병(성인백혈병)을 앓고있던 김모씨(당시 26세)에게 동생의 골수를 이식, 첫 성공을 거둔바 있으며 83년11월26일에는 급성임파성백혈병(소아백혈병)을 앓고 있던 정모군(당시 8세)에게 동생의 골수를 이식하는 등 가톨릭의대와 연세대의대 팀에서 여러차례 성공을 거둔바 있으며 지난해 9월30일에는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을 동생의 골수로 동종골수이식하여 치료에 성공한바 있다. 자가골수이식은 미국에서도 최근에야 성공사례가 보고되고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첨단의학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일부 고형암에서 방사선요법이나 화학요법을 사용해 장기 생존자가 많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부작용, 이를테면 백혈구나 혈소판의 감소 등 골수억제가 심해 오히려 치료에 의해 생명이 위협받음으로써 약이 잘 듣는 것을 알면서도 치료를 도중에서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결과로 질환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감염증, 또는 출혈로 목숨을 잃어 가는데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근에 발전된 기술의 하나가 골수(조혈간세포)를 미리 뽑아섭씨 영하 1백%96도의 액체질소에 동결 보관했다가 치료 후(이때는 환자의 골수가 대부분 파괴되어있다)에 보존된 골수를 급속 해동하여 이식(정맥주사)하는 자가골수이식.
이같은 자가골수이식을 위해서는 우선 골수에까지 악성종양이 전이되지 않아야 하며 방사선이나 항암제에 감수성이 높은 종양이어야 한다.
현재까지 자가골수이식의 응용이 될 수 있는 종양으로는 악성임파종을 비롯하여 비인두암·난소암·고환암·융모상피암·악성흑색종·폐소세포암·신경아세포종·윌름스종양·유방암 등이 보고되어 있다.
그리고 강력한 항암치료에 견딜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고있어야 한다. 대략 연령이 60세 미만이어야 하고 다른 감염질환이나 간·신장애 등의 합병증이 없는 사람이 대상이 된다.
이번에 자가골수이식을 받은 권군의 경우 82년1월 비인두에 종양이 생겨 악성임파종으로 진단, 그 해 5월에 방사선조사로 일단 관해상태를 보였으나 84년6월 복부에 재발된 환자.
치료팀은 자가골수이식계획을 세워 지난해 9월 권군으로부터 1천㏄의 골수액을 뽑아 자동냉동기에 동결 보관시켰으며 권군은 금년 7월20일 그 골수를 재이식 받기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강력한 방사선요법 및 화학요법치료를 받아 골수의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가골수를 이식, 3주만에 골수간세포가 분화증식(생착) 되었음이 확인되었고 말초혈액상태도 정상으로 회복돼 퇴원하게 되었다.
김박사는 이 방법으로 현재 공여자가 부족해 동종골수이식을 실시할 수 없는 골수 유래 악성종양질환에 잔여 악성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모노클로날 항체에 의한 악성세포 파괴 등)이 개발되면 자가골수이식으로 백혈병 등의 악성골수종양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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