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어려운 고혈압엔 '보톡스'가 정답?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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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약을 한 번에 써도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에게도 치료의 길이 열렸다. 미용·성형에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 일명 보톡스가 주인공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31일 마취통증의학과 박휴정,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팀이 난치성 고혈압에서 보툴리눔 톡신의 치료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보툴리눔 톡신은 미용·성형 외에도 소아뇌성마비, 사시, 요실금, 근육강직증, 편두통 등의 질병 치료에 확대 활용되고 있다. 고혈압에서의 치료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난치성 고혈압이란 네 가지 이상 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상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5% 정도로 추정한다.

오진우(20)씨가 그랬다. 14세 때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해온 오씨는 최근 네 가지 이상 약물과 혈압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수축기 혈압은 평균 170~180㎜Hg였으며 심할 땐 200㎜Hg 이상으로 올라갔다.

뇌졸중·심근경색·부정맥 등 다양한 합병증이 매우 심하게 우려되는 상황. 박 교수팀은 교감신경계를 이용해 혈압 조절을 시도키로 했다.

교감신경계는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흉추 12번과 요추 1번 앞 부분에 위치한 복강신경총에 모여 있다.

이 부분의 신경을 국소마취제로 차단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저하된다. 최근 동물실험에서 이같은 방법으로 혈압을 조절한 사례가 보고됐다.

박 교수팀은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 복강신경총 차단 시술을 진행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수축기혈압 150㎜Hg, 이완기혈압 90㎜Hg 이하로 혈압이 떨어진 것이다.

문제가 하나 남았다. 떨어진 혈압을 유지시키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복강신경총 차단에 사용했던 국소마취제(리도카인)는 지속 효과가 3개월여에 불과했다. 결국 시술 3개월 만인 2014년 4월, 혈압이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신경차단술 효과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키로 했다.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3번의 추가 시술을 통해 수축기혈압 150㎜Hg, 이완기혈압 90㎜Hg 이하로 혈압이 조절되고 있다. 정상은 120/80㎜Hg 이하, 고혈압은 140/90㎜Hg 이상이다.

장기육 교수는 “세 가지 이상 고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불응성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잘 조절되는 환자에 비해 심활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박휴정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복강신경총 차단술이 불응성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생각될 수 있다”며 “정확한 기전에 대한 연구와 다수의 증례를 통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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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luckybomb85@gmail.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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