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신공항 전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1호 1 면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중앙SUNDAY 기자들이 어제와 오늘,신공항 후보 경쟁지인 부산과 경남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기자들의 취재에 따르면 부산은 폭풍전야,밀양은 느긋한 분위기라고 합니다. 거리에서 만난 부산 시민들은 서슴없이 "가덕도가 탈락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더랍니다. 반면 밀양과 대구 시민들은 "결국 밀양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는 군요.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현지 분위기로만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부산에선 촛불집회가 열리고 도심 곳곳에 “가덕도 신공항 안 되면 민란 일어난다”는 현수막에 내걸려 있답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에서 신공항 건설을 무산시키거나 결과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선제적 경고 발언을 날린 걸 봐도 어느정도 분위기가 짐작되지 않습니까.


? 부산 vs 밀양? 인구 구도상으로만 보면 부산이 불리해 보입니다. 영남 인구 1250만명중 부산 사람(350만명)만 부산 공항 유치를 지지할 뿐 나머지 경남·경북·울산·대구 사람들은 밀양 지지쪽입니다. 이들은 밀양 신공항이 들어서면 영남권의 어지간한 도시에선 1시간 정도면 밀양 공항에 닿을 수 있고 구미나 울산·경남의 산업단지등과도 연계 효과를 내 새로운 항공 물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부산은 항만도시라는 장점이 있는데다 KTX를 통한 철도와 항공 물류 기능을 결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요.? 이처럼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너무나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후보지 결정을 하려다 너무 논란이 뜨거워지자 뚜껑을 덮어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부산과 대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2011년엔 아예 백지화 결정을 내렸었죠. 그러나 김해공항의 수용능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른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약속하면서 불씨가 되살아나게 된 겁니다.? 2011년과 2016년 사이에 달라진게 있습니다. 정치 지형의 변화입니다. 우선 4·13 총선에서 야권(더민주당+무소속)이 영남에서 약진하면서 정치적 발언권과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두번째 변화는 총선 공천과정을 통해 곬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새누리당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차기 대선 후보구도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옮겨붙고 있다는 점이죠. 이 두가지의 변화는 상호 독립적이지만 신공항 후보지가 어디로 결론나느냐에 따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정치 판도,나아가 대선 구도를 확 바꿔놓을 수도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신공항과 정계개편을 연관시킨 무성한 시나리오들이 떠다닙니다. 대표적인게 신공항이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①부산이 새누리당 대열을 이탈해 야당 혹은 제3의 정치세력과 결합할 것이고 ②반기문 대망론의 토대가 되는 TK+충청 연합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반대로 부산 공항으로 낙착될 경우 대통령의 임기말 정권 운영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임기말 권력 관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시위 떠난 활'이 돼버렸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이 선정되지 않으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탭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어마어마한 정치적 후폭풍과 부작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공항 후보지 결정하는 문제에 정치가 이렇게까지 올인하는게 과연 정상적인 걸까요? 원내 제1,2당 지도부가 앞다퉈 현지를 방문하고 촛불집회 주변을 기웃거리는 이런 행태,이제 정말 그만둬야하지 않을까요?


? 이번주 중앙SUNDAY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영남권 신공항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필요하다면 어디에 건설하는게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인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차근차근 짚어봤습니다.'돈먹는 하마'로 불리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새만금 간척 사업처럼 정치가 개입해 망가뜨린 역대 국책사업에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입니다.


?'김동률의 심쿵 인터뷰'에서는 최영미 시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서른,잔치는 끝났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유명 시인이 최근 세무서가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근로 장려금 신청 대상자에 오른 속사정을 털어놨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