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폴크스바겐 '배기관 결함 고의성' 수사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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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이하 AVK)의 ‘유로6’ 적용 차량 956대를 압수한 검찰이 배기관 결함의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가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하면서 2016년식 폴크스바겐 골프 1.6의 배기관 누설 현상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다.

2일 검찰 관계자는 “AVK 측에 정확한 소명을 요구했다”며 “제작상의 단순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출국정지 조치된 요하네스 타머 AVK 사장 등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등에 집단소송을 낸 국내 누적원고인만 450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소비자 구제에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 세계 최초로 발견된 '유로6' 배기관 결함
원래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미국 환경청(EPA)이 “유로5 적용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전자제어장치(ECU)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배출가스 테스트 중이라고 판단될 때만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가 ‘임의설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배기관 결함은 ‘소프트웨어 조작’이 아닌 ‘물리적 조작’이란 게 특이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기관 결함 부분이) 저감장치 후단과 배출구 사이인데 불량부품이 납품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VK가 국내 소비자들을 속이려 했다는 단서가 드러난다면 사기죄 적용 등 강력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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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6' 소프트웨어 조작 여부 밝힐까
검찰은 우선 배기관의 틈새를 막은 뒤 배출가스 측정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에 들어온 유로6 디젤 엔진(EA288) 차량의 소프트웨어 조작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동안 AVK는 유로5 디젤 엔진(EA189)에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실만 인정해 왔다.

검찰이 유로6의 소프트웨어 조작 사실을 밝혀낸다면 세계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1일 검찰이 압수한 차종과 같은 유로6 디젤 엔진을 쓰는 차량은 현재 국내에 281대(2015년식 아우디 A1 1.6)가 팔렸다.

| '미인증' 수입 절차 경위 파악
검찰이 평택 PDI센터에서 압수한 956대 중 606대(2016년식 아우디 A1, A3)는 ‘수입 전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차량들이다. 대기환경보전법상 차량을 수입할 때는 배출가스 관련 테스트 자료를 국내 반입 전 환경부로 보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평택 PDI센터 같은 보세구역(관세를 매기지 않고 수출입 물품을 둘 수 있는 지역)에 잠시 차들을 보관해 뒀다 인증이 나면 바로 판매하는 수입차업계 관행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1차량은 환경부에 인증신청을 했다가 철회했고, A3는 아예 인증신청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고객 수요를 맞추고자 AVK가 서둘러 차량을 들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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