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한 공시생 가족, 숨진 공무원 유족에 "죄송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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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古) 양대진 주무관 빈소. [사진 곡성군]

아파트 20층에서 투신한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유모(25)씨와 부딪히는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고(故) 양대진(39·7급) 주무관의 장례식(3일)을 앞두고 고인을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씨가 공직 생활 10년을 채우지 못해 공무원연금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가장을 잃은 만삭의 아내와 5살 아들을 도우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일 곡성군 등에 따르면 유씨의 아버지 등 가족들이 2일 양씨의 빈소를 찾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양씨 유족이 "유씨(공시생)의 가족도 어렵게 사는 것으로 안다. 보상은 바라지 않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됐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곡성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오전 곡성군청사 청소 담당자인 장춘재(74)씨가 양 주무관이 일했던 기획실 홍보팀을 찾아왔다. 업무 특성상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장씨는 보도자료 담당자로서 언론보도 기사 스크랩과 분석을 위해 오전 8시쯤이면 군청에 도착하는 양 주무관과 자주 마주쳤다.

장씨는 유족에게 전해달라며 홍보팀 직원들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 속에는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짤막한 글과 조의금이 들어있었다. 장씨는 "성실한 공무원이었는데…"라며 동료를 위로했다.

곡성경찰서 경무과에서 홍보 담당으로 일하며 양 주무관과 비슷한 업무를 해온 경찰관도 홍보팀에 찾아와 조의금을 두고 갔다. 이 경찰관은 "묵묵하게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추모했다.

곡성군은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정례조회와 이날 내부 직원 교육을 취소하며 양 주무관을 애도했다. 유근기 군수는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한 채 전날부터 이틀째 고인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동료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양 주무관의 초임지인 경기 여주시에서 2010년 고인을 처음 알게 됐다는 동료 공무원은 곡성군청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추모 글을 남겼다. 이 공무원은 "직원들에게는 우애좋은 동료, 이장님과 주민들에게는 봉사하는 공무원, 항상 가족을 위해 살아가셨던 인자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며 "고향 근처인 곡성군청으로 전출이 확정되었다고 좋아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곡성군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양 주무관의 유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군청에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곡성군은 공무원연금을 못 받는 양씨를 순직 처리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현행 공무원 연금법 시행규칙(14조)에는 '출퇴근 중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공무상 사망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어 순직처리에 따른 유족급여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앞서 영화 '곡성' 개봉에 발맞춰 지역 알리기에 앞장섰던 양 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아파트에서 투신한 대학생과 부딪혀 숨졌다.

곡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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