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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그린란드② - 그린란드 썰매개의 여름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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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남짓 비행하면 일루리삿(Ilulissat)이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인구 5000명의 조그만 마을은 북위 69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북극과 아주 가깝다. 빙하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산더미 같은 빙산이 바다를 유유히 떠다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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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리삿은 개썰매로 유명하다. 시청 입구에 붙여 놓은 이것은 도시의 문장으로 개 여덟 마리가 썰매를 끌고 설원을 달리는 모습이다. 이 지역에서 개가 얼마나 중요한 지 말해준다. 그린란드 외에도 알래스카나 캐나다 북부의 극지방에는 썰매 개가 있다. 그러나 그린란드 개가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혼자서 개썰매를 타고 북극해 1만2000km를 달린 일본인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는 여행기에서 “그린란드 개가 가장 강인하고 복종심이 강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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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개의 주된 용도는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는 얼지 않은 바다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위 사진은 일루리삿 공항에 걸려 있는 홍보용 사진으로 겨울 북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썰매 개를 대신하는 스노모빌이 보급되었지만 개가 더 안전하다. 기계는 고장이 나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개는 절반만 남아도 생환할 수 있다. 극한 상황에서는 식량이 되기도 한다.

북극 썰매 개의 여름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썰매 개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다가 잘 얼지 않으니 썰매를 타고 멀리 이동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지난겨울에 일루리삿 앞바다는 한 번도 얼지 않았다. 한때는 도시 인구보다 많은 8000마리의 개가 일루리삿에 우글거렸지만 대부분 캐나다 알래스카로 팔려가고 현재는 2000마리만 남았다. 그것도 주로 관광용이다.

남아 있는 개들은 눈이 녹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붉은 혀를 빼물고 허연 김을 뿜으며 눈밭을 달리던 개들은 도시 외곽의 벌판에 권태로운 얼굴로 엎드려 있었다. 쇠줄에 묶인 채 띄엄띄엄 흩어져있는 짐승들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았다. 간혹 고개를 쳐들고 우우~~ 하며 울 때는 개보다 늑대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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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은 벌판에 이리저리 흩어져 누워 있던 개들은 행인들이 여러 번 주의를 끈 뒤에야 이런 모습을 보여 주었다. 겨울에 일을 할 때는 하루 두 끼를 주지만 여름에는 한 끼밖에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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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하품을 한다. 8월 말이 되면 눈이 내린다고 하지만 아직 석 달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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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인이 가까이 오면 낑낑대며 매달린다. 그래도 주인은 쇠줄을 풀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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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이렇게 적의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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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인 경우에는 같이 묶어 놓는다.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스킨십을 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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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깊은 사랑의 행위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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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무료하다. 따뜻해지면서 털갈이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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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으며 썰매는 운행을 중단했고 개는 할 일을 잃었다. 겨울은 아직 멀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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