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유망주 딱지 뗐다…제일 잘 나가는 오재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사 이미지

오재일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 겨울 4번타자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잃었다. 그러나 올시즌 두산에게선 김현수의 공백을 느낄 수 없다. ‘유망주’ 에 머물렀던 오재일(30)이 든든한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홈런 8개…7타석 채우면 타율 3위
SK 최정 15호, 통산 200홈런 달성

오재일은 개막전 당시만 해도 벤치 멤버였다. 하지만 첫 선발출전한 지난달 7일 NC전에서 3안타를 몰아친 뒤 무서운 상승세다. 타순도 7번에서 5번으로, 5번에서 다시 4번으로 뛰어올랐다.

1일 창원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산은 NC에 1-5로 졌지만 오재일은 8회 솔로 홈런(시즌 8호) 포함, 3타수 2안타·1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오재일의 기록은 타율 0.372, 8홈런·29타점이다. 규정타석 7개가 모자라 순위엔 없지만 타율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출루율(0.483)은 1위 롯데 김문호(0.470)보다 높다. 두산 팬들은 이제 그를 ‘킹(king·왕)재일’이라고 부른다.

기사 이미지

오재일은 11년간 잠재력이 뛰어난 유망주 자리에만 머물렀다. 2005년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줄곧 1군과 2군을 오갔다. 2군에서 맹타를 휘둘러 힘겹게 1군에 올라가면 곧 슬럼프에 빠져 2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반복됐다. 오재일은 “내 실력이 5 정도라면 10을 보여주려고 했다. 너무 잘 하려다보니 부담 때문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다시 2군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했다.

2011년 기회가 왔다. 넥센 주전 1루수 이숭용이 은퇴한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오재일의 편이 아니었다. 동갑내기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LG에서 옮겨왔다. 둘은 2007~2008년 상무 시절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두 선수는 파워가 뛰어난 1루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박병호에 밀린 오재일은 다시 백업요원으로 돌아갔다. 오재일은 “방을 함께 쓰고 나이도 같아 친하게 지냈다. 서로 조언을 주고 받기도 했지만 부러운 건 사실이었다”고 했다.

오재일은 2012년 7월 이성열(31·한화)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그러나 두산 이적 후에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는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시즌 그가 달라진 이유는 ‘기술’보다는 ‘마음’을 비운 덕분이다. 오재일은 “1루수는 장타력이 필요한데 나는 홈런을 30~40개씩 치는 타자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팀엔 좋은 타자들이 많아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가족도 그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다. 2014년 12월 결혼한 오재일은 이제 곧 아빠가 된다. 오재일은 “가정을 꾸리고 난 뒤엔 책임감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두산은 젊고 뛰어난 선수를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하다. 90년생 트리오 정수빈·박건우·허경민이 대표적이다. 오재일은 후배들만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단다. 오재일은 “요즘은 모든 경기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두산 1루수 하면 ‘오재일’이 생각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SK가 5연승을 달리던 한화를 7-2로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1회 투런 홈런(시즌 15호)을 터뜨린 최정은 김재환(두산)·테임즈(NC·이상 15개)와 함께 홈런 공동 선두에 올랐다. 최정은 프로야구 역대 23번째로 통산 200홈런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전적(1일)

▶KIA 5-1 LG ▶kt 0-2 롯데

▶삼성 4-6 넥센 ▶SK 7-2 한화

▶두산 1-5 NC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