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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40명 이끌고 베이징행…중국 “북한과 협력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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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은 31일 오전 9시45분(현지시간) 고려항공 JS14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유학 때 후견인 맡은 최측근
중국 대외연락부장 쑹타오 만나
김정은 친서·메시지 휴대 가능성
도착 당일에 북 미사일 발사 시도
시진핑, 이수용 면담 거부할 수도

이 부위원장을 포함한 대표단은 승용차 10여 대와 미니 버스를 나눠 타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향했다. 중국 측은 의전 차량을 제공하고 무장 경찰과 순찰 차량을 배치해 일행을 경호했다. 대표단 인원은 4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중 간 사전 조율을 거쳐 성사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규모 북한 대표단의 방중으로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끊긴 북한의 대중 라인이 재가동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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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국제 담당 부위원장(왼쪽)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31일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협력을 논의했다. [사진 중국 대외연락부]

 초미의 관심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다. 베이징 외교가는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이다. 한 소식통은 “도착 첫날에는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 이외에 전임자인 왕자루이(王家瑞)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만난 것으로 안다”며 “이 자리에서 시 주석 면담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이 부위원장의 격으로 볼 때 시 주석을 만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휴대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후견인 역할을 했던 최측근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달 24일 쿠바를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제1비서와 면담하며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선례를 들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을 강하게 희망한다는 얘기가 이런저런 경로로 들려왔다”며 “이수용 방중에 김정은의 메시지가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의 면담이 이뤄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이 부위원장의 도착 당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사실은 시 주석에게 만남을 거부할 명분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이 부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이 부위원장의 방중이 경색된 북·중 관계에 변화를 예고하는 일련의 흐름 속에 성사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노동당 위원장으로 선임되자 즉시 축전을 보냈다. 이 부위원장의 방중 하루 전날엔 김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및 측근들과 함께 북·중 농구팀의 친선 경기를 관람했고 이를 조선중앙통신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북한)은 중국의 중요한 이웃으로 정상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희망한다” 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방중을 계기로 오는 7월 북·중 관계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 기념일인 7월 27일 랴오닝(遼寧)성 정부와 함께 단둥~신의주~개성을 잇는 고속도로 착공식을 가질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7월 27일은 북한의 ‘전승절’로 북·중 혈맹관계를 상징한다. 또 7월 11일은 조·중 우호협력 상호조약(한쪽이 침공당하면 상대방이 군사 원조를 제공하도록 규정)을 맺은 지 5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경남대 김근식(북한학) 교수는 “김정은이 36년 만의 당대회 개최 등 당 중심 국가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남은 정치적 과업이 대외관계의 정상화”라며 “이번에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양국 간 입장 확인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부원장은 “북한은 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명시한 만큼 핵 폐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수용이 지난 4월 언급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시 북한 핵실험 중단 용의’를 재확인하는 정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전수진·유지혜 기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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