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본부' 신설 배경] 사회·경제 위기 체계적 대응체제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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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안전기획본부 신설에 나선 것은 물류대란이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체계적 대응체제가 없어 국가적인 혼란이 심각하게 빚어진 데서 비롯됐다.

지난 5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물류대란 관련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엔 국가적인 위기 대처를 국가정보원이 했는데, 그 기능이 없어지고 새 방식조차 없어 문제"라고 지적한 게 구체화된 것이다.

◇추진 배경=행정자치부 산하 국가재난관리시스템기획단은 당초 대구지하철 사고 직후 13개 부처 70여개 부서로 흩어져 있는 재해.재난업무에 대한 지휘부 신설을 위해 지난 3월 발족했다.

기획단은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 소속 3개국과 관련 부처의 재해.재난 관련 기능을 흡수해 8월까지 소방방재청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로 정부조직법 개정안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소방 위주의 방재기능보다 물류대란 등 국가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총체적인 위기관리기구 발족을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통적 위기(자연재해.대형사고 등)관리는 물론이고 경제.사회적 위기(집단행동 등으로 인한 경제.국가기반 안녕 문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소방방재청은 소방공무원 위주의 조직으로 독립시켜 화재진압.구조구급 등 집행기능을 맡고, 안전기획본부가 자연재해, 대형사고, 집단행동에 따른 경제위기 등 국가적 재난을 맡는 쪽으로 정리됐다.

◇문제점=안전기획본부와 관련된 기관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국가위기와 관련된 미세한 징후와 정보를 적시에 포착할 능력이 있는지, 평상시 접촉이 거의 없고 지휘체계조차 애매한 관계에서 성실하게 보고와 협조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정보수집과 국가위기 대응책 수립과 집행 등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주도권 경쟁이 협조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1초라도 먼저 보고하려고 경쟁하는 정보기관과 정부부처, 노사관계 등 내부문제를 최대한 숨기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속성 등을 감안할 때 안전기획본부가 자리를 잡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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