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안정법」 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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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학원안정법시안」을 놓고 여야가 벌이는 공방전은 포성은 요란한데 표적에는 이르지 못하고있다.
신민당은 이 법의 취지나 조문을 따지기에 앞서, 법 제정 그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인것 같다. 따라서 정부당에 대한 공략은 고압적이고 막무가내의 인상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여당의 자세 또한 단호하고 독자적이다.
정국의 형세가 이쯤되면 가타부타할 여지도 없이 제각기 길로 가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극한상황에서 국민이 얻을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오늘의 정치인들이 설마 무게를 그런 상황으로 이끌어가고 말만큼 전모하고 무책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 상황을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에게 몇가지 솔직한 질문을 던지려고 한다.
첫째, 야당은 문제학생들의 좌경화경향이 심화 확대되어가고 있는 현존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 그 기반위에 나라가 서 있다.
「좌경」사상은 바로 그 국기를 흔드는 반대라하며, 우리는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30여년을 두고 모든 희생을 감내해 오고있지 않은가.
그것은 신민당도 의식할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학원안정법」 시비를 벌이며 신민당 당직자들은 신문기고문 속에서 『우리 신민당은 40년 반공투쟁의 전통을 지닌 보수민족진영의 정당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이런 인식이라면 오늘의 일부 학생들이 보여주는 범상적 편동에 대해 야당도 분명한. 견해와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옳다. 그런 노력없이 학원안정법을 무작정 반대한다면 온당한 논리는 못된다. 논리는 고사하고 국민의 부담을 덜어줄수 없다.
이점에서 신민당은 야당이기에 앞서 나라의 책임있는 공당으로서 심사숙고가 있어야 할것이다.
또한 우리는 정부 여당의 미진한 논리에 대해서도 몇가지 의문을 갖고있다.
「학원안정법」 제정의 진정한 의도가 좌경학생의 확산을 막고, 자유민주주의의 국기를 수호하며,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시한적 응급조치라면 왜 좀더 당당하고의기양양하게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며 득세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런 노력은 진작부터 양대 기수와도 무릎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정견을 나누는데까지 미쳤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그런가운데 정치를 신뢰하고, 의회민주주의의 부덕을 보장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학원안정법」 시안을 둘러싸고 지난 며칠동안 제기된 논란들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다.
한마디로 「학원안정법」 의 핵심은 정부 여당의 설명대로 좌경사상에 오염된 문제학생들을 선도한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옳은 장소에서 옳은 사람이 옳은 내용을 옳은 방법으로 가르쳐 주도록 할것이라는 확신과 확증을 보여주어야 하다.
정부는 과연 이 법제정에 따라 그 모든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있다면 그 점을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납득하고 이해할수 있도록 좀더 확실히, 그리고 충분히 설명해야 할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어떤 학생을 선도한다는 이른바 「보안처분」은 사법적 판단없이 「준사법적 기능」을 가진 강도위가 한다는데, 법리상 그럴수도 있는가를 똑똑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선례가 악례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다음은 언어의 문제다. 가령 「허위사실의 날조 유포」, 「왜곡 전파」,「반국가적」과 같은 미묘한 용어들이 또렷한 개념정립 없이 법조문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중벌조정일수록 그 정의는 또렷해야한다.
이런 의문과 문제들을 덮어두면, 법 자체의 신뢰까지 손상이 가며 그런 법일수록 권력과 보안에 상처를 받기 쉽다.
좋은 목적은 언제나 좋은 방법과 과정에 의해 성취될때 비로소 좋은 결과를 기대할수 있다.
학원안정법도 이런 관점에서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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