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상시 청문회법 국회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앙일보 <2016년 5월 21일 26면>
상시 청문회 대통령 거부권은 곤란하다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국회법 개정으로 20대 국회에선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졌다. 청문회 대상을 각급 상임위의 ‘소관 현안’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소관 현안이란 건 광범위하고 모호한 대상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선 두 야당이 공조하는 모든 사안이 원칙적으론 청문회 대상이 된다. 당장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 규명,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정운호 법조비리 의혹 등 거론되는 청문회가 하나둘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청문회가 줄줄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상시 청문회가 몹시 불편할 것이다. 야당이 사사건건 청문회를 하자고 들면 국정 운영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그동안 청문회는 여야 정략의 대결도구가 되거나 호통과 막말에 성의 없는 답변, 증인 불출석으로 파행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청와대에선 대통령 거부권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상시 청문회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메르스 사태나 국정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온 나라를 뒤흔든 수많은 국정 현안에 대해 국회는 적시에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설사 국정감사가 열려도 정부의 판에 박힌 답변과 자료 제출 부실 등 무성의로 맹탕 국감, 정쟁 국감이 반복됐고 국감 무용론이 뒤따랐다. 상시 청문회, 상시 국감은 이에 대한 대안이다.

행정부 잘못을 시정하고 견제하는 건 국회의 중요한 임무다. 무엇보다 상시 청문회는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높여 정부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고, 국정감사 제도를 보완하는 효과도 크다. 그런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란 안 될 말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상시 국감까지 도입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 다만 국정 발목 잡기 청문회,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갑질 청문회가 남발되는 건 곤란하다. 청와대와 여당도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국회도 자세와 행동을 바꿔야 나라가 새로워진다.

한겨례 <2016년 5월 21일 27면>
청와대의 ‘상시 청문회법’ 비난, 가당찮다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19대 국회가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임위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전격 의결하자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현안마다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면 공무원이 어떻게 소신을 갖고 일하겠느냐.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인 만큼 즉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주장이다. 청문회 때문에 행정부가 마비된다면 매일 숱하게 의회 청문회를 여는 미국은 행정부가 문을 닫아도 백 번은 더 닫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청문회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반대해선 안 된다.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접 발의한 것으로, 국회 상임위가 중요 안건 심사나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청문회를 개최하려면 여야가 먼저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별도 특위를 구성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앞으로는 상임위에서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곧바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니까 야 3당이 합의하면 최근 현안인 가습기 살균제나 어버이연합 사건 등에 대해 언제든지 청문회 개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과거엔 권력형 비리나 의혹 사건이 터져도 원내 과반을 점한 여당이 반대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야당 주도로 상임위 청문회를 열어 비리와 의혹을 추궁할 수 있다. 가뜩이나 임기 말로 향하는 박근혜 정부에는 매우 마뜩잖은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게 정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입법부인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고삐 풀린 말처럼 너무 방만하고 오만하게 국정을 운영해 왔다. 국회에 대고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정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타박하며 경제를 비롯한 정책 실패가 마치 국회의 비협조 때문인 양 선전해 왔다.

4·13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였다. 대통령과 여당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서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이끌어 국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게 여소야대 총선 결과에 담긴 민의다. 국회가 상시 청문회를 여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맞을뿐더러 이런 총선 민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다.

미국 의회 일정표를 보면 매일 평균 5~8건의 청문회가 상임위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린다. 청문회 때문에 정부가 마비된다는 건 가소로운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혹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쌓으려 이런 주장을 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회가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데 비난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옳다.

논리 vs 논리
일하는 국회로 만드는 계기…오만한 국정 운영 견제 가능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기사 이미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27일 ‘제68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헌법·국회관계법』 책을 들고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고유 권한이지만 국회 운영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에 지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상임위별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임위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법안이 전격 의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주말 전격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상시 청문회’에 대한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두 신문 모두 국회법 개정안에 긍정적이다.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은 청문회 대상을 각급 상임위의 ‘소관 현안’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해 상임위에서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곧바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청문회를 개최하려면 여야가 먼저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별도의 특위를 구성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데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논리 전개 과정에서 두 신문은 결이 다소 다르다. 중앙은 여소야대 상황인 20대 국회에서는 두 야당이 공조하는 모든 사안이 원칙적으로 청문회 대상이 되는 등 우려스러운 점이 있지만 상시 청문회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일각에서 거론되는 ‘청와대 거부권 행사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이에비해 한겨레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입법부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고삐 풀린 말처럼 너무 방만하고 오만하게 국정 운영을 해 온 데 대한 심판’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청문회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상시 청문회 자체에 대해서는 두 신문이 모두 동의하지만 법안 제기의 동기나 추진 과정에 대한 세부사항에 대해서까지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야당이 사사건건 청문회를 하자고 들면 국정 운영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여당 입장에서는 상시 청문회가 몹시 불편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동안 청문회가 ‘여야 정략의 대결도구가 되거나 호통과 막말에 성의 없는 답변, 증인 불출석으로 파행되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하에서 대통령 거부권 얘기까지 나왔지만 이를 실제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메르스 사태나 국정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온 나라를 뒤흔든 수많은 국정 현안에 대해 국회가 적시에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사 국정감사가 열려도 정부의 판에 박힌 답변과 자료 제출 부실 등 무성의로 맹탕 국감, 정쟁 국감이 반복됐고 국감 무용론까지 뒤따랐기 때문에 상시 국감은 이에 대한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한겨레는 청와대가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인 만큼 즉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한다. ‘청문회 때문에 행정부가 마비된다면 매일 숱하게 청문회를 여는 미국은 행정부가 문을 닫아도 백 번은 더 닫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과거엔 권력형 비리나 의혹 사건이 터져도 원내 과반을 점한 여당이 반대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국회에 대고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정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타박하며 경제를 비롯한 정책 실패가 마치 국회의 비협조 때문인 양 선전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20대 국회에서는 야 3당이 합의하면 주요 현안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 규명,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정운호 법조비리 의혹 등에 대해 청문회 개최가 가능했다. 이에 대해 중앙은 ‘행정부 잘못을 시정하고 견제하는 건 국회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에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높여 정부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고 국정감사 제도를 보완하는 효과도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국정 발목 잡기 청문회,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갑질 청문회가 남발되는 건 곤란’하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도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국회도 자세와 행동을 바꿔야 나라가 새로워진다’는 주문을 덧붙인다.

기사 이미지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면에 한겨레는 ‘대통령과 여당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서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이끌어 국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게 여소야대 총선 결과에 담긴 민의’라는 주장이다. 국회가 상시 청문회를 여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맞을뿐더러 이런 ‘총선 민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혹시 거부권의 명분을 쌓으려고 청문회 때문에 정부가 마비된다는 주장을 편다면 정말 ‘가소로운 일’이라는 강력한 경고까지 덧붙인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