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거물"…제대로 평가못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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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반도에서 태어난 인물로 역사상 두드러진 자춰를 남긴 인물을 찾아본다면 장보고장군이야말로 열 손가락안에 꼽힐것이다.
인물 됨됨이로 보아 스케일크기로 단연 으뜸이다. 예부터 훑어보면 대개는 좁은 반도의 테두리안에서 가쁜숨을 쉬는 인물들이었으나 장보고만은 넓은바다로 날개를 뻗어 아시아의해역을 완전히 지배하다시피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가지닌 포부나 그 포부를 실천함에 있어서도 넓고도 단호한 면을 보여주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인의 해외발전사에 있어서도 그를 넘어설 인물은 없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그만큼 위대한 자취를 남긴 인물치고는 뒷날의 역사적 평가가 너무 미약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들고, 장보고의 마지막이 반역적인 모습을 나타낸데서 그 인물의 전부를 깎아내리는듯한 인상도 없지않았다.
또는 장보고의 가세나 성장과정이 모호할뿐더러 바닷가 천민으로 태어나 중국당에서 먼저 이름을 떨친다음 고국으로 돌아와 영화를 누렸고, 다시 몰락하게되는, 그야말로 인생유전의 우연성이 많았기 때문에 뒷날에 와서도 크게 떠받들리지 못했었다는 유감은 남지만 오늘에 와서는 그러한 점들이 오히려 장보고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3면이 바다로 싸여있는 우리로서 역사상 처음으로 우뚝하니 나타나 바다의 영웅이 되었으며 그처럼 웅대한 포부를 실제로 펼쳐보인 인물은 아무리 캐어보아도 거의 전무후무하다는 사실과 해양무역의 개척자라는 면에서도 장보고는 뛰어난 인물이 아닐수 없다.
다만 그의 사적을 밝힌 기록들이 많지않아 구체적인 활약상들을 알아낼수 없음이 유감이긴 하나, 『신당서』에 실려있는 부기가 가장 신빙성있는 오래된 기록이고 우리의 『삼국사기』와 일본에 전해내려오는 단편적인기록들이 그 전부이긴 하나 오래된역사에 부각된 인물치고는 그리 적지도 않은 기록들이다.
10여년전 중앙일보에 『대해도』라는 타이틀로 장보고장군을 주인공삼아 2년동안 역사소설을 썼던것도 그의 스케일 큰 인물됨됨이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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