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광’ 北 김정은, ‘농구 외교’ 통해 북ㆍ중 관계 개선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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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소백수 남자농구팀과 중국 남자 올림픽 농구대표팀 간 친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고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5월 30일자 2면 사진. [사진 북한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각별한 ‘농구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년 전 미국으로 망명한 김정은 이모 고영숙(일각에선 '고용숙'이라고 주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에 흠뻑 빠져 농구공을 안고 잠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김정은이 특히 좋아하는 농구선수는 미 NBA(프로농구)의 마이클 조던이었다고 한다.

그런 김정은이 북한 소백수 남자농구팀과 중국 남자 올림픽 농구대표팀 간의 친선 경기를 관람했다. 북한 소백수팀은 우리로 치면 국군체육부대인 상무팀 격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정은 위원장이 북ㆍ중 양국 대표팀 간 친선 경기를 관람한 뒤 두 나라 체육인들이 두터운 친선의 감정을 안고 멋들어진 경기동작들로 훌륭한 경기를 펼친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ㆍ중 친선 경기에서는 북한 팀이 82대73으로 이겼다. 이번 농구 경기 관람에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최용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 오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이일환 당 중앙위원회 근로단체부장, 조용원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이종무 체육상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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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백수 남자농구팀과 중국 남자 올림픽 농구대표팀이 친선 경기를 벌이는 모습. [사진 북한 노동신문]

‘농구광’ 김정은이 양국 간 친선 경기를 앞세워 북ㆍ중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종의 ‘농구 외교’인 셈이다.

2013년 2월 방북한 미 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농구를 좋아하는 김정은에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농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거기서부터 (북ㆍ미 화해를) 시작해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북ㆍ미 간 농구 외교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마당에 북ㆍ중 간 농구 외교로 양국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명의)에 이어 북ㆍ중 친선 농구경기로 양국 간에 해빙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ㆍ중 관계가 점차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당 대회 이후 인민경제 향상에 주안점을 두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ㆍ중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결국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중국은 한반도 불안정이 중국에도 위험 요소인 만큼 ‘관리’ 차원에서라도 북한을 포기할 순 없지만, 그런 반면 북핵 문제가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압박 등 중국 국익에 반하는 문제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더 이상 북핵을 수수방관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도 “북ㆍ중 관계 개선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느냐의 여부”라며 “지금은 양국이 서로 숨고르기를 하는 시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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