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보수층(40.2%)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25.4%로 1위였다. 국민의당 지지층 중에서 19.6%가 이탈해 반 총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층의 39.8%가, 중도층의 12.7%가 지지했다. 반 총장이 안 대표의 기존 지지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당 지지층 20% 흡수
반 총장은 스스로를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40.2%(문재인 9.2%, 안철수 9.2%), 중도성향 유권자의 25.4%(문재인 15.0%, 안철수 12.7%)에서 1위였다. 진보성향 유권자들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28.4%로 1위였으며, 안 대표(14.6%), 반 총장(14.4%)의 순이었다.
지지 정당별로 반 총장은 새누리당 지지자의 47.4% 뿐 아니라, 모름ㆍ무응답(무당파)층에서도 31.9%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무당파층에서 그동안 1위를 차지했던 안 대표는 9.5%로 반 총장에 크게 뒤졌다.
연령별로 반 총장은 40대 28.5%, 50대 30.5%, 60대 이상 47.7%에서 1위로 조사됐다. 20대, 30대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각각 28.5%, 27.5%로 1위였다.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의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 반 총장은 57.2%로 문 전 대표(32.5%)를 크게 앞섰다. 중도ㆍ무당파층, 국민의당 지지층의 반 총장 지지(또는 이탈) 현상 때문이다. 중도층의 54.0%, 국민의당 지지층의 53.4%, 무당파의 55.3%가 각각 반 총장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더민주 지지자의 경우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가 72.8%로 반 총장으로의 이탈(24.4%)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기문(56.1%)-안철수(32.2%) 가상 양자대결에선 더민주 지지층의 경우 각각 42.4%로 나뉘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85.9%, 무당파의 52.3%, 국민의당 지지층의 28.8%를 각각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별로는 보수층의 72.6%, 중도층의 52.9%, 진보층의 38.5%(안철수 47.3%)가 반 총장을 지지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반 총장 지지율엔 1997년의 이인제, 2002년의 정몽준, 2012년 대선 당시의 안철수 후보처럼 기존 정치 세력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의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 여야 어느 쪽 후보가 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현상과 마찬가지로 반 총장이 특정 정당 후보로 확정된 후 지지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캐스팅보터인 중도ㆍ40대의 반 총장 지지가 계속 유지될지, 그리고 보육·급식, 한일 위안부협상 등 정책 이슈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변수”라며 “반 총장이 국가ㆍ사회통합을 내세워 중도층 포섭에 성공한다면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5월 27~28일 지역·성·연령 기준 할당추출법에 따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유선(415명)·무선(585명) RDD(임의전화걸기) 전화면접조사, 유·무선 평균 응답률 19.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