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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의식도「평준화」 뚜렷|「한국정치 40년-회고와 전망」 학술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12총선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분석이 한창이다. 이같은 논의는 5∼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6회 한국정치학회와 재북미한국인정치학자회 합동학술대회 (주제「한국정치 40년- 회고와 전망」)에서 이뤄졌다.
안병만교수(한국외대)는 이번 12대 국회의원선거를 집권당외의 또다른 당이 시민들의 집중적인 지지를 획득, 양당체제를 구축한「중대선거」로 규정했다. 정부당과 이에 맞서는 하나의 반대당에 시민들의 투표가 갑자기 집중적으로 양분되는 이같은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정당을 의식하고 투표한 것일까.
투표직전 15일간 전국의 유권자 1천8백46명을 대상으로 조사,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느정도 정당에 관여했고 그들의 정당관여가 투표성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한 안교수는 『유권자들의 정당관여의 수준은 대체로 낮은편』 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물중심투표가 성행했다는 얘기다. 정당의 이름을 기억하는 정도의 쉬운 정당관여도는 높은 편이나 그것이 특정당을 지지하거나 가입하는등의 어려운 정당 관여의 방향으로 갈수록 관여율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4개당 이상을 기억하는 응답자는 46%인 반면 「특정당지지」는 24%, 「특정당가입」은 6%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안교수는 그러나 『어려운 정당관여를 하는 사람일수록 투표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고 투표의향도 강하며 인물이나 정견보다 정당에 제휴투표하려는 경향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특기할 점으로 전남에서의 강한 인물중심의 투표성향을 들었다. 즉 지지하는 정당이 있거나 특정당에 가입하고 있는 경우에도 다른지역과 달리 정당중심의 투표율보다는 인물중심의 투표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안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시민들의 정당관여도가 낮은편이고 이번 총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정당관여 수준이 일단 높아지면 투표행위에 크게 영향을 미칠것임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효능감의 증진, 투표를 통한 적극적 정치참여, 정당중심의 투표확대등에 의한 정치발전을 유도하기위해 우선 시민들의 정당관여도가 높아져야한다』 고 주장했다.
안교수와 함께 조사에 참가, 한국인의 정치의식구조 변화문제를 다룬 길승흠교수(서울대) 는 『한국의 사회경제발전은 한국인의 투표행태및 정치의식을 개선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으나 정치제도나 정책면에선.아직도 불만요인을많이 갗고있어 높아진 한국인의 정치의식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실패하고있다』고 지적했다. 길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정치의식수준의 향상 속도가 대도시인보다는 면지역이, 고교육층보다는 저교육층이, 저연령층보다는 고연령층이 더 빨라서 일종의 정치의식의「평준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과 함께 조사에 참가했던 김광웅교수(서울대)는 민주정치의식이 과연 투표행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김교수는 『남자보다는·여자가, 또 고연령층·저교육층·저소득층, 농촌거주자일수록 투표의사가 더 강함을 보여주는 반면 민주정치의식수준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저연령층. 고교육층. 고소득층. 도시거주자일수록 더 높은 경향을 띠고 있다.』 고 분석했다. 결국 개인의 민주정치의식은 투표와 무관한 것인가.
투표는 한 개인의 민주정치의식의 반영으로 여길수 없는 것인가.
김교수는 『정치적 관심이나 참여의식의 정도는 투표의사를 직접 결정하는 요인은 될수없다』 고 진단했다. 투표의사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투표에 대한 효능감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행하는 투표에대한 효능감이 낮다면 아무리 정치참여의식이 높다고해도 단지 의식의 차원에 머무를뿐 행위로까진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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