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은 ‘도전할 수도 있겠구나’로 해석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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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1호 11면

“과거 유엔은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간 협의에 치중해왔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시민사회로 대표되는 비정부 행위자들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경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준 주유엔 대사(사진)는 30일부터 6월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NGO콘퍼런스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유엔은 빈곤 퇴치 등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할 새로운 지속가능개발목표(SDG)를 채택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SDG 채택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SDG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선 시민사회가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란 점을 선언적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퍼런스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한다. 오 대사는 반 총장의 한국 일정을 밀착수행하고 있다. 오 대사와의 인터뷰는 반 총장이 일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재입국하기 직전인 27일 오후 서울 시내 호텔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엔NGO콘퍼런스의 성격이 독특하다.“전 세계 시민사회 영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행사다. 이번이 66회인데 유엔 본부가 아닌 회원국에서 열리는 것은 네 번째다. 아시아에선 처음이다. 세계 100개국에서 2500여 명이 모여 ‘SDG 달성과 세계시민의식을 위한 교육’을 주제로 논의한다.”


-한국에서 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반 총장의 의지인가.“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시민사회 활동이 매우 활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가 반 총장의 임기 마지막 해이고 그런 차원에서도 아시아에서 NGO콘퍼런스를 한다면 한국이 가장 적절한 장소일 것 같다고 본 것도 사실이다.”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는데.“SDG 채택 이후 유엔에서 많이 쓰는 유행어(buzzword) 중 하나가 바로 파트너십이다. 개발이란 것이 단순한 경제성장만을 의미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사회적 개발도 중요해졌고 여기에 환경적 측면까지 더한 것이 SDG다. 따라서 이전처럼 정부만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는 SDG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시민사회는 향후 15년간 SDG 이행의 감시자이자 동반자로서 정부와 함께 가야 한다.”


-주제가 세계시민교육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경주 회의는 교육을 주제로 한 최초의 행사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오늘날의 안보 환경에선 전통적인 국가 간 분쟁보다는 폭력적 극단주의, 테러리즘 등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를 정치·경제·군사적 조치로만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근본 원인으로 들어가 인간의 가치관을 다루는 문화적·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경주 회의는 반 총장의 마지막 일정이다. 관훈클럽 임원진 간담회에선 평소 화법과 다르게 작심하고 발언했는데.“반 총장의 발언은 사무총장이 끝날 때까진 전념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업무가 끝난 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단 것이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과거에 계속 했던 ‘사무총장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전념하게 해 달라’는 말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해서 결정하겠다’는 게 과거보다 한 발짝 나간 발언이기에 이런 ‘변화’를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대권 도전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해석은 나올 수 있어도 대권 도전 시사는 아니다.”


-고민해서 내릴 결정 중 대권 도전이 하나의 옵션인 것은 맞지 않나.“대권 도전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과거에는 무엇을 결정할 건지 이야기하지 않고 전념하겠다고만 했는데 지금은 ‘대권 도전을 포함한 결정을 하겠단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석될 수 있게 말했으니, 이런 표현의 변화만을 생각하면 대권 도전 시사라고 생각한 것이고 반 총장 입장에선 과잉 해석이라고 한 것이다.”


-반 총장이 현실정치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지금도 반 총장이 대권에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자꾸 추측성 이야기들이 나오니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대권 도전을 포함해서 모든 선택지를 놓고 나중에 결정할 테니 일단 지금은 총장 임무에 전념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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