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실업고, 인문계 전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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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실업계 고등학교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학과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주.군산.익산 등 전북도내 주요도시의 상업계 고등학교에서는 동창회 등이 나서 일반 인문계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해 이 문제가 교육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측은 "시대변화에 맞춰 인문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실업교육 붕괴가 우려되고 교사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태=전북도내에는 종합고를 포함해 실업계 고등학교가 59개로 전체 1백30개교중 45%를 차지한다.

이중 20%인 12개교가 최근 전북도교육청에 학과 개편을 신청했다. 부안고가 정보처리과 1학급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진안제일.태인고가 각각 정보처리과를 없애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냈다.

전주 농고는 현재의 동물자원과를 애완동물과로 바꿀 계획이며 남원정보국악고는 정보처리과.사무자동화과를 폐지하고 방송연예과.코디메이크업 학과를 신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주요도시의 상업계 고등학교들은 내년부터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해 신입생을 모집하겠다고 일제히 요구하고 나섰다.

전주제일고(전주상고)는 현재 운영중인 정보처리.컴퓨터그랙픽.인터넷정보과 등 9학급(학년별 3학급)을 없애고 일반학과 9학급을 개설을 추진중이다. 군산상고도 그래픽.사무자동화.정보처리 등 관련 10학급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학과 개편안을 도 교육청에 제출했다.

학교.동문회 주장=현재 중학교 졸업생중 상위권은 인문고, 중하위권은 실업계고를 지원하는 파행적인 현실을 바로잡고 우수 학생을 유치할수 있도록 학과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고교 졸업만으로 취업문이 열리던 과거와 달리 상업계열 고교를 졸업한 남학생들의 취업길이 막힌데다 90%이상의 학생들이 전문대이상의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전주제일고의 경우 지난 2월 졸업생 2백90명중 95%(2백80명)가 대학에 진학했다.

전주제일고를 비롯해 전북제일고(구 이리상고), 군산상고 등은 총동창회가 앞에 나서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교육당국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전주제일고 동창회 관계자는 "현대사회는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를 선호하는 추세라 상고를 나와봐도 취업이 안돼 실업고가 사실상 제기능을 잃고 있다"며 "학교와 학생들이 더 이상 뒤떨어진 교육정책의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입장=도교육청은 종합고의 실업계 학과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실업계 고교를 현재의 45% 수준서 20%까지 줄일 계획이다.

1천4백여명이나 되는 실업과목 담당교사들의 재배치도 쉽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농촌이나 변두리 지역 학교들의 단계적인 전환에 발맞춰 부전공 연수를 실시하는 등 교사 재배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체 교사를 수용하기에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실업계고 비율을 전국 평균인 20~30%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우선 농어촌지역 종합고를 일반계고로 전환시킬 방침"이라면서도 "상업계 고교의 학과개편 요구를 수용하면 둑이 무너지듯 걷잡을수 없는 사태의 발생이 우려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이를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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