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롯데홈쇼핑 황금시간대 OFF, 협력사 300곳 눈앞이 캄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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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홈쇼핑에 대한 방송 중단 처분이 확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롯데홈쇼핑에 대해 6개월 동안 매일 오전·오후 8~11시에 상품 소개와 판매에 관한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27일 밝혔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4월 재승인 심사 당시 사업계획서에 임직원 2명의 형사처벌 사실을 누락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에서 적발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감사원 적발에 9월부터 방송 제한
속옷 업체 “70억~80억어치 못 팔아”
미래부 “다른 홈쇼핑에 입점 주선”
업계 “피해 방지 대책 실효성 없어”
방송가 “정부 제재 세지나” 긴장

미래부가 ‘방송 중단’이란 초유의 제재 수단을 꺼내면서 방송가도 긴장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방송국에 대한 재승인은 당연한 절차로 인식됐다”며 “하지만 앞으로 미래부가 방송 중단 등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을 폭넓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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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에 대한 제재지만 관련 업체 300곳의 동반 피해가 예상된다. 중단 예정인 방송 시간은 통상 황금시간대로 불리는데 전체 매출의 절반이 이 시간대에 나온다. 또 황금시간대 매출의 65%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중소 협력업체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본지 5월 27일자 B8면) 미래부는 당초 2개월로 계획했던 유예 기간을 4개월로 늘렸다. 이에 따라 7월 28일 방송 중단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9월 28일로 미뤄졌다.

또 롯데홈쇼핑에 중소기업의 제품을 황금시간대 외의 방송 가능한 시간과 데이터홈쇼핑(채널명 롯데원TV) 채널에 우선 편성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롯데홈쇼핑에 납품하던 중소업체들이 GS숍·CJ오쇼핑 같은 다른 홈쇼핑 업체에 입점할 수 있도록 주선할 예정이라고 미래부는 밝혔다.

그러나 홈쇼핑 업계는 이런 미래부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A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하루 방송 시간이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롯데 쪽 업체를 받아주면 기존 업체의 방송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남의 협력업체 살리자고 우리 협력업체를 죽일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B홈쇼핑 관계자는 “누구나 황금시간대에 방송하고 싶어 한다. 황금시간대 외의 다른 방송 시간에 편성하면 매출 차이가 클 것”이라고 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데이터쇼핑의 경우 하루 전체 매출이 1억원에 불과한데, 황금시간대 업체들은 1~2시간 방송에 7억~8억원씩 매출을 올린다”며 “데이터쇼핑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4개월의 유예 기간은 짧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체의 경우 피해가 크다. 패션 속옷 브랜드인 인티지아의 김선미(49·여) 대표는 “1년 전부터 제품을 기획하기 때문에서 독일에서 이미 7억~8억원의 원자재를 수입해 가을·겨울 상품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9월 28일부터 6개월간 황금시간대 방송이 중단되면 70억~80억원어치의 물건을 팔 곳을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대형마트 고객과 백화점 고객은 선호하는 상품이 서로 다르지 않으냐”며 “우리 제품은 100% 롯데홈쇼핑 납품용으로만 기획·제작하기 때문에 다른 온라인몰 같은 곳에 판매가 어렵다”고 한숨지었다.

이와 같은 업계의 지적에 대해 미래부 강신욱 방송채널사업정책팀장은 “중소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계속 듣겠다”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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