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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동개최 불가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 올림픽을 극력 방해해온 북한이 최근 자기네와의 공동개최를 제의해 왔다.
이것은 중공은 물론 소련과 동구의 공산국가들마저 속속 서울올림픽 참가의 뜻을 밝힌데 대한 당황과 초조에서 나온 것 같다.
평양측은 우리가 88년 올림픽을 유치할때부터 맹렬한 방해공작을 폈다. 서울개최가 결정된 후에는 각종 언론매체와 해외공관을 동원하여 이를 유산시키려 노력해왔다.
우리 정부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서울 올림픽유치가 장기집권, 국민수탈, 정권안보를 위한 목적에서 막대한 금전공세와 기생외교를 동원한 유치한 범죄행위이며 한반도는 전쟁위험이 상존하는 위험지역이므로 올림픽 개최지로서는 도저히 부적당하다고 극렬한 모략선전을 전개해왔다』고 한다.
그런 북한이 이제와서 공동개최를 주장하고 나왔다는것은 서울올림픽이 80년의 모스크바 올림픽, 84년의 LA올림픽의 반쪽 대회와는 달리 전세계가 참가하는 완전한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는 움직일수 없는 추세를 북한이 더이상 거역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양의 제의는 부당한것은 물론 민족적인 창피를 모르는 짓이다.
첫째 IOC규정상 공동개최가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굳이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자면 IOC규정을 개정하거나 북한체육회가 대한체육회에 흡수·통합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다.
그때문에 IOC의 「사마란치」위원장이나 「베르디」대변인도 이미 공동개최 불가론을 밝힌바 있다.
둘째는 우리의 올림픽행사 준비에 혼란만 초래하여 실무기술상 불가능하다.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대회조직위의 구성이나 시설준비·경기진행의 필요상 남북한간의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가 전제돼야 한다.
이것 또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문제다.
북한부총리 정준기는 지난달 29일 공동개최를 주장하면서 남북한간에 전쟁의 위험이 있고 남한이 정치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올림픽의 주요목적의 하나는 평화의 추구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도시국가들이 전쟁을 하다가도 올림픽이 다가오면 무기를 놓고 한데 어울려 민족의 단결을 다졌고 그때문에 전쟁을 조기종결시킬 수도 있었다.
평양은 이같은 올림픽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여 더이상 민족자해적이고 분열적인 서울올림픽 방해책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 싯점에서 북한이 할일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위한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참여하는 문제다. 단일팀이 안되면 개별팀으로라도 참가해야 한다.
동독이 IOC에 가입되기 전인 56년과 60년, 64년에 동·서독은 서독국기하에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72년 서독 뮌헨에서 열린 제20회올림픽엔 동독이 개별팀으로 참전했다. 그때 동독은 3위, 서독은 4위를 기록, 독일민족의 역량을 과시했다.
북한은 이같은 독일의 민족정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옹졸한 억지를 버려야한다.
우리는 북한에대해 문을 활짝 열었고 있다. 빠른시일안에 남북체육회담이 재개되고 북한의 참가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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