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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찔한 이륙 도중 비행기 화재, 승객들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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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이륙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 불이 붙는 사고가 어제 발생했다. 활주로에서 속도를 내던 중 왼쪽 엔진에서 불꽃과 연기가 나 승무원이 급히 비행기를 멈췄다고 한다. 몇 초만 늦었어도 불 붙은 비행기가 하늘로 떠올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이륙결심속도(V1) 이전에 정지했고, 공항당국이 신속히 대응해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다. 3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원인 규명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 경찰은 선진7개국(G7) 정상회담과 관련된 테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엔진 결함이나 정비 불량, 새가 엔진에 빨려들어가는 버드스트라이크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은 모두 추정일 뿐이다. 한·일 양국 항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국내 공항이나 국적 항공사의 사고 조짐이 잦아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5일에도 아슬아슬한 이륙사고가 인천공항에서 있었다. 샌프란시스코행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이륙하려다 활주로에 무단 침범한 대한항공기 때문에 긴급 정지했다. 연초에는 필리핀 세부에서 부산으로 오던 진에어 여객기가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회항했다. 지난해 연말엔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내 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급강하해 비상착륙했고, 인천발 홍콩행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등 불길한 조짐이 꼬리를 물었다.

항공 안전은 국민 생명은 물론 경제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해마다 1400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국내에 들어온다. 인천공항이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한 해 660만 명에 달하는 환승객 덕이다. 국내 공항과 국적기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흔들려선 안 되는 이유다. 최근 잇따른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심해선 안 된다. 항공사들은 신경을 곤두세워 항공기 정비와 유지관리, 운항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도 항공 교통량 급증에 맞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