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콤비플레이가 이룬 최고의 걸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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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실점이 옥 (옥)의 티였으나 90분에걸쳐 범실이 거의없는 매끄러운 경기였다. 이것은 한국축구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걸작이다. 월드컵대표팀은 일찌기 볼수없던 경제적이고 실효있는 축구를 연출, 한국축구의 새로운 면모를 개척했다.
서울에서의 1차전때 냉정한 판단력을 발휘, 적절한 선수교체로 승기를 잡았던 김정남 (김정남) 김호곤(김호곤)코칭 스태프는 이번에도 가장 효과적인 플레이 패턴과 용법을 구사했다.
상승세의 변병주(변병주) 김주성(김주성)을 양날개로 기용, 압도적인 스피드로 인도네시아의 측면을 공략한것은 의표를 찌른 것이었고 노련한 허정무(허정무)를 공격선봉 최순호(최순호) 의 후견역에다 미드필드플레이어까지 가세시킨 포진으로 전력 극대화에 성공했다.
공격라인의 거목 최순호가 1차전때 몸이 무거웠던 모습을 깨끗이 씻고 끊임없는 이동으로 밀착수비를 떨어뜨리면서 특유의 폭발적인 대시로 인도네시아의 후방을 헤집은 저력이 승리의 디딤돌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항상 경기양상은 상대적이다. 한국의 낙송에 기여한 또하나의 주요한 요인은 예상했던대로 인도네시아가 무모하게 덤벼드는 모험적인 적극공세를 취했다는점이다.
종래 한국은 체력·주력·개인기의 우세를 맹신, 시종격앙된 공격위주의 플레이를 펼침으로써 상대팀을 밀집수비로 몰아넣어 득점을 스스로 어렵게 하는 화근을 만들었다. 이러한 자승자박은 한국축구의 통상적인 병폐이며 부질없는 미드필드에서의 정력낭비적인 공방으로 「재미없는 축구」의 인식만 심어놓았었다.
한국축구의 막연한 자만과달리 동남아축구인들이 한국축구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않고있는 것은 이러한 비경제적이고 육탄전투적인 체질때문이었다.
결국 인도네시아가 그랬듯이 상대팀이 강하건 약하건간에 정상적인 대형으로 공격의 유혹에 빠지도록 유인해내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실증했다.
이를위해선 선수들이 좀더 아픈 고통을 감수해야한다.
모든 공격수가 수비가담을 위해 충분히 후퇴할줄 알아야하고 기민한 역승이 가장효과적인 공격술임을 체질화해야 할 것이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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