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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주포럼] 반기문 ‘연성권력’ 강조…“아시아에 이런 가치 확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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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현직 지도자들의 혜안(慧眼)은 ‘평화의 섬’ 제주를 빛나게 했다.

‘아시아 협력적 리더십’ 기조연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인용
“물은 유연성과 연성권력 상징”
마하티르 “노예제가 범죄 된 것처럼
전쟁을 범죄로 규정 운동 펴자”

26일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이란 주제로 진행된 제주포럼 2016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집단의 지혜와 리더십이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갈등 해결 사례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새로 직면한 도전과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지침이 될 만했다.

지난해 영상 축사를 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제주포럼에선 연단에 올라 세계 각국의 실행 과제를 제시했다. 반 총장은 ▶글로벌 행동 ▶지역 협력 ▶한반도 안정 ▶모두를 위한 인권 등 4가지 이슈를 제시했다. 반 총장은 “한반도 갈등이 고조되면 동북아 전역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밖에 없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차별과 폭력이 일상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종교·성 소수자, 난민 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 난민과 이주민이 아시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주민을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을 아마추어 서예가라고 표현한 반 총장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한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인용하며 “물은 유연성과 연성 권력을 나타낸다. 아시아는 이런 높은 가치를 충분히 확산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말로 기조연설을 마쳤다.

앞서 반 총장은 지난해 8월 4일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54세 생일 선물로 자신이 붓글씨로 쓴 ‘上善若水’ 휘호를 선물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중국 서예가 저우빈(周斌) 화둥사범대 교수에게서 서예를 배웠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역사에 대한 반성은 원칙적 인식에 머무르지 말고 지속적인 속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의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은 전쟁 없이도 분쟁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통한 협상·중재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살인은 큰 범죄로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는 전쟁은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쟁의 범죄화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년 전만 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노예제도가 지금은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전쟁 없이도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문명화된 사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는 “아세안 출범 이후 동남아 국가들은 과거의 적에서 협력적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자국 내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며 집단 지혜와 개방적 리더십만이 훌륭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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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와 교육 같은 근본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 원주민 속담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이다. 사람이다.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며 북한 핵문제도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면 결국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을 규탄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깊이 경색된 교착 상태를 벗어나 전진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상 나들이=전·현직 정상들은 바쁜 일정 중에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볼저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조운 여사와 함께 오설록 티뮤지엄을 찾아 녹차 밭을 둘러본 뒤 다도 체험을 했다. 전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대화 도중 제주 조랑말에 대한 설명을 듣곤 ‘더 마 파크’를 찾아 말을 타보기도 했다. 고촉통 전 총리는 25일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를 찾아 한라산과 용암동굴 등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특별취재팀=이동현·전수진·최충일·김경희·박성민 기자, JTBC 박성훈 기자, 중앙데일리 김사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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