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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웰빙채소 '밭'에서부터 공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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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마트 이규철 바이어는 요즘 한 달에 두 세번씩 지방 출장을 다닌다. 전국의 야채 재배 농가를 뒤져 특이한 개량 채소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 바이어가 개발해 올 초 매장에 내놓은 비트(붉은 빛이 도는 서양 채소의 일종)싹은 샐러드 용으로 인기를 끌며 매달 매출이 두 배씩 뛰고 있다. 이 바이어는 "재배농가에서는 생산을 반대했지만 특이한 야채가 잘 팔리는 것을 보고 상품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강혜영 야채담당 바이어는 매일 아침 농산물 유통정보센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새로 나온 채소들을 살펴 본다. 지난해 말 개발한 미니 파프리카(서양 고추의 일종)가 인기를 끈 뒤로 '신(新)야채'를 찾는 것이 강 바이어의 주 업무가 됐다. 그는 "매주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며 "요즘에는 유기농 채소보다 영양이 좋고 맛이 특이한 야채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이색 채소를 찾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새싹 채소.인큐베이터 오이.미니 당근 등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채소들이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부터다. 이마트가 지난해 내놓은 새싹 채소의 경우 지난달에만 5억원 어치가 팔리며 할인점 업계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개량 채소의 인기가 높아지자 '보다 특이한' 제품을 발굴하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당근.아스파라거스.양배추 등의 크기를 10분의 1~20분의 1로 줄인 '미니 채소'를 팔고 있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 중반 미니 채소를 판매키로 결정하고 재배 농가와 종묘 회사를 수소문했다. 충청북도 진천에 본사를 둔 '미래원'과 손을 잡고 씨앗을 수입해 재배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이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도 월 매출이 요즘 출시 초기보다 10배 이상 올랐다. 홈플러스는 어린 오이에 비닐을 씌워 키운 '인큐베이터 오이'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오이가 자라면서 옆으로 굽는 것을 막아 영양분이 더 풍부하다고 업체 측은 설명한다. 애호박을 플라스틱 통에 넣어 키운 '태극 애호박'도 이 업체의 인기 상품이다.

개량 채소가 '뜨는' 것은 웰빙 열풍 탓이 크다. 유통업체들은 특수 채소 중에도 ▶손질이 간편하고 ▶장식 효과가 있으며 ▶영양분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 상품성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홈플러스 백승준 팀장은 "일반 채소보다 개량 채소를 찾는 고객이 2~6배 정도 많다"며 "가격이 2~7배 비싸도 소비자들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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