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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산사나이, 7000m 고봉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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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소일거리로 시작한 등산이 이제 남은 인생의 목표가 됐습니다."

고희의 나이에 7천m 고산 등정을 앞둔 최범식(崔範植.71.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씨는 요즘 몹시 들떠 있다. 벼르던 산행이기 때문이다. 崔씨는 금왕 일출산악회 해외원정대 일원으로 카자흐스탄 최고봉인 칸텡그리봉(해발 7천10m)을 오르기 위해 18일 출국한다.

崔씨 등 10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23일 4천2백m 고지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8월 4~11일 2개조로 나눠 정상 정복에 나설 계획이다.

톈산산맥의 북단에 있는 칸텡그리봉은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히지만 설벽이 많아 70대 노인에게까지 쉽게 정상을 허락하는 코스는 아니다.

崔씨는 그러나 2년전 하말라야의 메라피크(해발 6천4백76m)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상 등정에 성공하고 돌아오겠다는 각오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등정계획이 세워진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4회 이상 국내 고봉을 대상으로 1박2일 코스의 등반훈련을 해왔다. 이번 원정대에 참가한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30~40대.

그는 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평일에는 매일15~20㎞씩 자전거를 타고 나가 인근의 산을 3~4시간에 걸쳐 오르내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그는 25㎏의 배낭을 메고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스피드로 산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崔씨가 등산을 시작한 것은 1998년. 건설회사에서 철골기능공으로 36년간 일하다 은퇴한 그는 딸 여섯을 모두 출가시킨 뒤 경기도 수원의 집을 팔고 공기 좋은 음성에 정착했다.

"인근에 대형 낚시터가 많아 처음엔 낚시를 즐겼지만 도무지 좀이 쑤셔 재미가 없어지더군요. 그래서 산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읍내 산악회에 가입한 그는 그야말로 등산매니어가 됐다. 타고난 건강체질이라고 자부해온 그여서 해외원정까지 겁없이 도전했다. 하지만 히말라야 등정에서 정상을 1백m 목전에 두고 내려와야 했던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세우게 했다.

그는 "산에 오르면 대어를 낚을 때 전해오는 손맛 이상의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며 "이번 등정에 성공하면 다음에는 히말라야 8천m 고봉 중 하나에 도전할 작정"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음성=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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