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세우는데 서류만도 318건" 회사 창업절차 어느 정도 까다로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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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회사 하나를 세우는데 3년이 걸린다. 또 92단계의 행정절차와 3백18건의 서류가 필요하다. 관계법령이 36개에 이르며 드나들어야하는 관계기관은 17군데나 된다.
이상은 상공부 전경련 등이 조사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다방업을 하려면 인감· 주민등록등본2통을 갖추고 지하철공채(30만원)를 사는 동시에 면허세(1만원) ,증지대 (2천3백원)부담과 함께 허가신청양식 2통 등을 갖춰 해당 구· 군청에 제출 후 3∼5일이면 영업을 할 수 있다.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중복되는 구비서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랜 이야기인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인가 추적해 보았다.
창업에 필요하다고 받는 서류가운데는 공장가동이 된 후 세금징수에 필요한 것조차 있다. 창업하여 공장 가동까지 3년이 걸린다고 보면 3년 후에 필요한 서류를 3년 전에 미리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주무관청이 같고 심지어 담당부서가 같은데도 건이 다르다고 해서 똑같은 서류를 다시 내는 경우도 있다. 세무서 법인세과에 내야하는 서류가 대표적이다.
사업자등록신고를 할 때는 신청서· 법인등기부등본· 정관주주 및 출자자명부· 추정재무제표· 임원명부· 재산목록· 토지매매 계약서를 내야하는데 법인설립신고를 할 때 같은 법인세과에 추정재무제표와 토지매매계약서를 제외한 6개 서류에다 주주 주민등록등본·법인인감증명· 소재지약도· 주주재산과세증명서· 주주출자확인서·주주인감증명 주주호적등본 등 13가지를 다시 제출해야한다.
또 전용수도를 놓으려면 전용수도부설인가에서부터 전기수용신청에 이르기까지 모두 11단계를 거쳐야하고 49종류의 서류를 내야하며 관계되는 법률만도 수도법· 국토이용관리법· 도로법· 하천법·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농지확대개발 촉진법·도시계획법 ·산림법 등 8개에 이르러 규제가 많다.
막바지단계인 건축준공검사도 불합리한 점이 많다. 준공검사를 맡으려면 준공검사신청서와 건축사현장조사서·벽돌판매확인증· 단열시공확인서· 소방완공검사필증· 공해배출시설설치 허가증이 필요한데 특히 벽돌판매확인증 같은 것은 전혀 필요치 않다는 것이 이 절차를 거쳐본 창업자들의 지적이다. 규격에 맞는 벽돌을 썼는지의 여부정도는 벽돌제조 공장을 제대로 챙기면 될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공장건설완료보고를 상공부에 하는 경우도 역시 제출서류더미는 무겁다. 공장건설완료보고서· 건축준공검사필증·공장배치도를 내야하는데 공장배치도는 공장설치신고때 이미 제출했는데도 다시 받고있다.
특정지역에 공장을 세울때는 더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반월공단의 경우 건축허가신청을 낼 때 미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신청서와 건축설계도면외에 조감도 15부를 내야한다. 조감도15부는 심의위원회의 위원수에 맞춘 것이다.
반월공단안에 공장을 세운 A씨는 미관심의위원회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월2회 열리게 돼있는데도 교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2개월간 열리지 않아 결국 건축허가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우기를 맞아 공사준공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또 A씨는 건축준공이 된 뒤 준공검사가 나오기 전에 시험가동을 했다가 사전입주로 5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며칠후면 준공검사가 나오게돼 있어 시험가동을 한 것을 엄격히 다스려야하느냐고 A씨는 반문.
경기도양주군에 공장자리를 잡아둔 B씨는 공장을 지어야되는 형편인데도 아직까지 망설이고 있다. 자신이 직접 설계해 경비를 산출해본 결과 평당 10만원이면 지을 수 있는 건물이 현행 건축법대로라면 평당 3배에 가까운 28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으로 회사를 세우는데도 이처럼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되는데 은행돈을 빌어다 창업하는 경우 더욱 어려움이 많은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우선 창업지원대상의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연령도 45세, 49세미만 등 그 제한이 지원기관(중소기업진흥공단 기은· 국민은· 신용보증기금 등>에 따라 다르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개발된 기술이나 상품이 타당성이 인정돼도 나이나 자격제한에 걸려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프랑스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인· 허가 절차 등을 상공회의소가 맡아 대행해주고 미국에서는 사업체이름과 위치정도의 등록으로 창업요건이 거의 충족되며 시설은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또 대만은 이미 64년에 청년창업자를 위한 청년보도위원회를 설립했고 창업에 필요한 모든 절차와 구비서류 등을 창업협회에서 대행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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