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라디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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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슨 영문인지 미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을 좀 우습게 여긴다. 가령 미국인들이 점호를 할 때 누가 「프렌치」 (French)라고 말하면 무단 결근했다는 뜻이다.
미국 속어에 『나의 프렌치를 용서하게!』 (Pardon my French)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의 「프렌치」는 『불경』, 『모독』 과 같은 뜻이다.
영국사람도 프랑스 사람이라면 옆 눈으로 본다. 오래된 얘기지만 영국문호 「새뮤얼·존슨」은 프랑스 사람을 『너절한 사람들』 (indelicate people)이라고 불렀다. 『어디에나 대고 침을 뱉는다』는 것이다.
『위대함이 없는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는 「드골」의 외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요즘 프랑스는 한국· 일본· 대만 제 라디오를 금수조치 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카세트 라디오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놀라운 것은 「금수조치」가 아니라 그 옹졸함이다. 프랑스 전자업계는 그 흔해빠진 라디오 하나 감당할 경쟁력이 없다는 말인가.
근착 뉴욕 타임즈지는 「유러 페시미즘」 이라는 낯선 용어를 소개한 일이 있었다. 「유럽 패배주의」라고나 할까. 아뭏든 그 말속엔 유럽의 장래는 비관적이라는 무드가 깔려 있다. 미국과의 경쟁은 물론 일본과의 경정에서도 지고 있는 현실이 그런 기분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는 그 나라 특유의 에고이즘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생겨도 누구와 의논하는 일이 없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그들은 차라리 코피 한잔, 포도주 한잔을 놓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샤를· 드골」의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1967년11월 뉴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치즈종류가 2백65개나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고 토로했었다.
바로 그런 에고이즘을 풍자하는 일화가 있다.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과 프랑스작가 「폴·부르제」 와의 대화.
먼저 「부르제」가 말했다. 『돈과 시간이 많은 미국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도 결코 심심하지 않겠어요. 그들은 자기 할아버지가 누군가를 조사하는데 몇 해씩 걸린다면서요?」
이 말을 「트웨인」은 이렇게 받았다.『그렇고 말고요.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은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줄 찾는데도 끈덕진 노력을 해야한다지요? 』 각세하고-, 한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체면도 성신도 없어진다. 라디오수입에도 인색한 프랑스만 탓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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