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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당강령은 「지하천국건설」"|남북국회회담 대표단 첫 대면장 주변|회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상오10시 정각 권 우리측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들과 전금철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은 동시에 입장.
양측 대표들은 『잘해 봅시다』 고 인사를 나눈 뒤 내· 외신사진기자들을 위해 2분 동안 포즈.
회의시작에 앞서 권 수석대표는 정시채·신순범·박관용·강경식의원의 순서로 소속 정당과 출신지역을 소상히 소개.
북측의 전단장도 주창준 ·최장룡· 렴국렬· 우달호의 순으로 소개했는데 주창준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자 상설위원이라고 소개.
권 수석대표가 『날씨가 덥지만 구름이 끼어 좀 나은 편』이라고 말을 꺼냈는데 회의시작 직전부터 판문점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렸다.
전 북측단장은 『어제 평양은 32도를 오르내렸다』며 『이것은 북반부에서 최고기온이 될 것』이라고 소개.
권 수석대표가 『가물다고 걱정했는데 비가 많이 왔느냐』고 묻자 북축대표들은 『이상기온으로 일부는 냉하고 가물기도 했지만 자연을 지배하는 능력이 커져 큰 피해는 없다』 고 강조.
권 수석대표는 IPU총회에 다닌 기억을 떠올리며 『재작년에 북한최고인민회의의 양형섭 의장을 만났는데 잘 있느냐』 고 묻고 부단장이었던 여연구와 손성필의 안부도 문의.
북측 대표들은 『정확히 안부를 전하겠다』 고 말하면서 권 수석대표가 『북쪽에서는 요즘도 제사를 지내느냐』 고 묻자 『민족 전래의 것인데 없을 수 있느냐』 고 대꾸.
권 수석대표가 『첫 정치회담으로서 오늘의 회담이 잘 이루어져 결실을 거두어야할 것』이라고 역설하자 북측대표들도 『우리는 갈라설 수 없는 민족』 이라며 맞장구.
북측의 주부단장은 우리대표가 『어디 출신이냐』 고 묻자 『평북 조양선거구』 라고 답변했는데 우리대표가 『정치인이 만난 것은 40년만의 처음이나 아량을 갖고 잘해보자』 고 제의한데 대해 『대찬성이다』 고 크게 제스처까지 쓰며 호응.

<북측대표단>
○…북측대표단 5명은 노동당소속이 3명, 조선사회민주당소속 1명, 천도 교청우당소속 1명 등.
이중 조선사민당과 천도교청우당은 지구당 등 하부조직이 없는 간판뿐인 정당으로 민주주의를 가장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단장인 노동당의 전금철은 81년이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부위원장을, 72년에는 남북조절위 북측 대변인, 73년에는 조절위의 북측 간사를 맡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
평화통일위원회는 대남사업총책인 허담이 위원장으로 있다.
부단장인 주창준도 노동당출신으로 중앙방송위원회위원장직을 맡고 있는데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도 역임한바있고 72년8월의 적십자 본회담 때 북측부단장을 맡아 역시 우리에게 낯익은 인물이다.
또 다른 노동당소속대표인 최장룡은 김일성종합대학부총장.
노동당의 들러리 우당인 조선사회민주당소속 렴국렬은 당중앙위 부위원장을 맡고있고 천도교 청우당 소속의 우달호는 김일성 고급당학교 부교장이다.
이날 북측기자들은 『노동당과 천도교 청우당·조선사회민주당은 서로 어떤 관계냐』는 우리측기자들의 물음에 『남쪽에서와 같이 여야관계가 아니라 「친구당」 즉「우당」관계』라고 자랑.
우리기자들이 『우당이라면 각당의 강령이 전부 같다는 말이냐』고 반박하자『모든 정당이 똑같이 「지상천국」의 건설을 목표로 하고있다』 고 답변.
북측기자들은 『최고인민회의대의원은 모두 6백15명이며 대의원이 사망할 경우엔 즉시 다시 뽑는다』 고 말했는데 『청우당소속 최고인민회의대의원이 몇 명이냐』 는 물음에는『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고 답변.
『북한의 천도교신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에는『과거부터 믿던 사람이 조금 있으며 기독교신자도 약간 있으나 종교를 안 믿는 사람이 대부분』 이라고 말해 북한의 종교실상을 엿볼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북측기자들은 우리들 권정달 수석대표 등 대표단의 인물과 선정경위 등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
한 기자는 『권 대표의 국회직함이 뭐냐』 고 물었으며 『대표단 가운데 신민당과 국민당대표들은 어떻게 선정됐느냐. 야당출신대표들도 자기네 당에서 직접 뽑는거냐, 아니면 국회의장이 마음대로 임명하는 것 아니냐』 고 물었다.

<회담진행>
○…이날 예비접촉은 상오10시 정각에 시작, 북측단장 전금철이 먼저 약30분간 기조연설문을 낭독한데 이어, 권정달 수석대표가 15분 정도 기조발언문을 읽고 토의에 들어가 12시12분까지 진행.
토의에서 본회담형식· 회담장소· 회담운영방법 등은 쉽게 합의했으나 의제문제에 있어 양측은 한치도 양보치않고 팽팽히 대립.
북측 전단장은 『당국자끼리 앉아봐야 대립이 심해 의견접근이 어려우니 먼저 국회회담에서 불가침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당국에서 이를 채택케하자』 고 장황하게 그 필요성을 주장했고 우리측 권 대표는 『평양 가는데 구태여 원산까지 돌아갈 필요가 있겠느냐』 면서 『정부당국간에 불가침 선언을 포함하는 남북한기본관계에 관한 참정협정을 맺어 국회에서 이를 비준동의하는 능률적 방법을 택하자』 고 설득했으나 무위.
권수석은 또 랭군사건을 들어 『나라밖이나 안에서 이 같은 민족자해행위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
결국 양측은 합의된 부분과 미 합의된 부분을 정리한 뒤 다음 접촉 날짜를 확인하고 회의를 종료.
북측 전단장은 일어서기에 앞서 권 대표의 기조연설때에 랭군사건을 지적받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상대방을 자극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다』고 짚고 넘어가려 했는데 권 대표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한다』고 일침.
권 대표는 또 『이 자리에서 지난일을 파헤쳐 잘잘못을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 고 전제하고 『다만 오늘 버마사건을 환기시키는 것은 앞으로 그런 민족자해 행위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하며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풀어 나가자는데 의미가 있다』 고 강조.
○…회담에서 우리측 신순범 대표가 『판문점은 말 그대로 널빤지니 발로 차면 넘어갈 것』 이라며 『40년 전 이 널빤지가 생긴 것은 정치인들의 책임』 이라고 하자 북측대표는 『7월, 무더위에도 이곳에는 냉기가 감돌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를 녹여보자』고 응수.
신 대표가 『남북통일 국회가 이뤄지면 나는 통일국회의 의원이 아닌 수위가 돼도 좋다』고 하자 북측대표들이 일제히 『좋은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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