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2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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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굿 들은 무당, 재 들은 중」이라 속담이 있다. 소원이 이루어져 신명이 난다는 뜻이다.
옛날 일만은 아니어서 요즘도 굿판은 흔히 볼 수 있다. 어군탐지 전자장치를 한 배가 출항할 때도 한쪽에선 무당이 풍어를 빈다. 저마다「실력」, 「능력」 시대를 외치면서도 무당집을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무당들의 단체인 「대한승공경신」 연합회에 등록된 무당은 무려 20만명이나 된다. 40가구에 한 가구인 셈이다. 그 중엔 박수 (남무) 도 적지 않아 4만명이다.
무당의 학력이 저만큼 높아진 현상도 뜻밖이다. 시속에 따르자니 그렇게된 모양이다. 그 중에는 전문대이상 학력자가 15%인 3만명이다. 이들은 나이 마저 젊어서 90%가 20대부터 30대초반이다. 그야말로 엘리트 무당이다.
엘리트 무당들의 태반이 강신무라는 사실도 놀랍다. 신병을 앓고 나서 무당이 된 사람들이다. 신병은 무당· 박수· 선무당이 한번은 꼭 치러야하는 병이다.
신병의 증상은 여러 가지다. 원인도 없이 시름시름 앓으며 허약해지거나, 갑자기 정신이상과 같은 증상을 보여주거나, 때로는 실제로 무슨 질환에 걸려 신음도 한다. 꿈에서 신령과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눌 경우도 있다. 아니면 충격을 받아 허탈상태에 빠졌다가 소생한다.
이런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어느 학자의 논문엔 7살 때 마음이 들떠 꿈과 환상과 환청· 환성· 환난을 거쳐 21살에 비로소 내림굿을 받고 박수가 된 사람의 실례가 소개되어 있었다.
현재 우리 나라에 분포되어있는 무당을 유형으로 나누어 보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무당형. 강신체험을 통해 무가된 경우로 굿을 주관하고 영력으로 예언도 한다. 바로 무당 박수들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신장할멈」 「칠성할범」으로 불리는 「선무당」 도 포함되는데, 강신으로 영력은 갖고 있으나 굿은 아직 못한다. 선무당이 무가 등을 제대로 배우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린다고 한다.
둘째, 단골형. 혈통을 따라 대대로 사제권이 계승되어 인위적으로 무당이 된 세습무(세습무). 영력이 없어 제한된 제의기능밖엔 못한다.
셋째, 심방형. 세습무의 한 갈래지만 이들은 무점패를 통해 신의 뜻을 물어 전달할 수 있다.
넷째, 명두형. 혈연관계에 있는 어린아이의 사령이 몸에 실려 필요한때 이 사령을 불러 미래사를 탐지한다.
이들 무당은 샤머니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요즘 같은 영악한 세상에도 여전히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무당의 사회적 기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예언·구병· 발제· 유재.
다른 기능은 그만두고 예언과 발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세태의 한 내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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