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작전 재고, 역공때 수비 대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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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당초 기대치였던 3골차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2골차에 무실점의 승리자체는 크게 불만스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첫 골이 터지기까지 74분간의 상황전개는 기대이하였다.
한국팀은 후회없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만반의 임전태세를 다듬었으나 결전에 임한 선수들의 주력과 동작은 답답할 정도로 둔했다.
이 때문에 기름이 잘 쳐진 톱니바퀴처럼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패스웍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은 필연적이였다.
반면에 단구의 인도네시아는 볼컨트롤과 기민한 순간동작에서 앞섰으며 강렬한 투지도 갖춰 1-1의 대결에서 오히려 우세를 보였다.
한국은 미드필드의 강세로 대세를 장악, 공격을 주도했지만 골을 탈취할 수 있는 최후의 문전상황에선 덤벙대는 과욕(조민국) 이나 몸싸움에서의 소극성(최정호)등으로 실기 하기 일쑤였다.
함흥철할렐루야감독은 『기본적인 조건은 어디로 보나 한국이 우세하며 인도네시아에 패한다는 경우는 생길 수 없다. 그러나 정신적인 면이 문제다. 상대를 경시하는 자세로 시작하면 곧 당황과 초조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자멸을 초래하며 이 날의 경기가 꼭 그렇게 될 뻔했다」고 지적했다.
한국팀은 억센 행운을 누렸다. 후반23분 인도네시아의 재빠를 역습은 FW「루비스」(8번)와 GK오연교가 단독대면하는 결정적 실점위기를 만들었으며 「루비스」의 어처구니없는 실축이 한국을 살려준 셈이었다.
최은택포항제철 감독은 전통적으로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수비진이 역공을 당해 패인이 되는 실점을 하는 폐습이 재연되었다고 상기시키고 수비전환의 기동력 강화를 강조했다.
박세학럭키금성감독은 최순호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FB「마르주키」(12번)를 따돌리기 위해 좀 더 이동의 폭을 넓혀줄 것을 바라는 한편, 체구가 큰(그래서 순발력이 열세인) 장신 2명의 소위 투톱시스팀을 2차전에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1차전의 하이라이트는 김정남감독의 과단성 있는 용병책이었다. 우측윙플레이가 침묵하자 전반38분 허정무를 변병주로, 또 후반16분 김석원이 피로의 기색을 보이자 김주성으로 각각 교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보충대가 나란히 득점했다. 김감독의 운도 억세게 좋았던 날이었다.
그러나 자카르타의 하늘마저 한국팀에 행운을 내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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