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거부권 행사 검토로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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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은 23일 상시 청문회 규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결재했다. 국회는 이날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달 7일까지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날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오른쪽)은 “상시 청문회법은 정부나 공공기관의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뉴시스]

‘정의화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상시 청문회 규정을 담은 개정 국회법을 대하는 청와대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통과했을 때만 해도 ‘신중 모드’였으나 22일부터 ‘거부권 검토’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여당, 국회법 위헌 여부 검토 착수
야당 “청와대가 막으면 전면대응”

청와대는 법 통과 직후 “국정 발목을 잡는 법”이라면서도 거부권 검토를 언급하진 않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22석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2일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가) 시비를 걸어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 내에서도 야당과 여론의 변화를 지켜본 뒤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개정 국회법은 23일 정부로 이송된 만큼 거부권 행사 여부는 다음달 7일까지만 결정하면 된다(15일간 검토 가능). 공교롭게도 다음달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헌법에 청문회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한해 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는 상임위 소관 사안은 다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며 “ 개정안이 정부로 넘어왔으니 충분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기류 변화는 바로 정부와 여당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정부에서는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잠정 검토한 결과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며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들을 만나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개정안에는 위헌 소지가 많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위헌성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도 착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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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막아서겠다면 국회 차원의 전면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왜 국회를 운영하는 법에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느니 뭐니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부산에서 연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막 통과된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운운하거나 재개정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거들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대통령님 국회 문제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간섭하지 말라”고 썼다.

신용호·안효성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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