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불똥"확산여부에 관심 쏠려|취임 5개월만에 법무장관 전격 해임 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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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석휘 전장관은 16일상오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하고 과천의 장관실에 돌아온 직후인 상오10시쯤 총리실로부터 『잠깐 다녀가라』는 연락을 받아 10시40분쯤 총리실에서 경질사실을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관은 이날 상오10시30분부터 교수·변호사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관주재로 연1회 열리는 정책자문회의를 준비하던 중 총리실의 호출을 받는 바람에 정책자문회의는 김종건법무차관이 주재했고 회의도중인 상오11시쯤 장관경질사실이 알려져 회의분위기가 어수선해져 버렸다.

<배경몰라 한때 궁금>
○…법무부 직원들은 갑작스런 장관경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번 인사의 배경 등을 크게 궁금해하다 이번 인사가 지난 15일 미문화원사건 첫 공판의 소요사태와 연관이 있는 문책인사임을 감지하고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법무부간부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법무부·검찰에 미칠 여파등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

<짐 맡기고 떠나 미안>
○…이날하오2시30분 법무부상황실에서 있은 이임식은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3분만에 끝났다.
김석휘 전장관은 『개인적으로는 홀가분한 기분이지만 어려운 때에 여러분들에게만 짐을 맡기고 혼자 편안하게 돼 미안하다』며 『검찰에 들어온지 26년동안 순탄히 지내왔고 그때그때 나름대로는 소신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일을 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고 차분한 톤으로 이임사를 했다.

<공직생활 후회없다>
○…김 전장관은 이임식후 기자실에 들러 『뜻밖의 경질이라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26년간의 공직생활이 후회되지 않으며 앞으로 수영·등산등 취미생활을 즐기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3번째 단명기록>
○…취임 5개월만에 물러난 김 전장관은 법무부 역사상 세번째로 단명한 장관으로 기록되게 됐다.
제12대 이병하장관은 5·16으로 취임 16일만에 물러났고 제32대 정치근장관은 이철희·장영자사건수사와 관련, 취임 34일만에 사임했었다.

<변호사 사무실서 알려>
○…하오 3시30분에 열린 취임식에서 신임 김성기장관은 갑작스런 임명으로 취임사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탓인지 즉석연설을 통해 『많은 공헌을 남긴 전임장관이 뜻하지 않게 떠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고 말을 꺼낸 뒤 법과질서의 준수를 위한 솔선매진과 인화단결을 강조.
김장관은 상오11시쯤 최근 개설한 변호사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로 장관임명사실을 알았다는 주위의 얘기지만 본인은 이보다 1시간쯤전에 통보를 받았다는 후문.
지난 4월 민정당전국구의원이 된 뒤 변호사활동을 시작한 신임 김장관은 『오늘도 하오4시에 한국전력과 고문변호사 계약을 맺을 예정이었다』며 자신도 전혀 예견 못한 인사임을 암시.

<대책회의중 알아>
○…장관의 경질소식이 검찰에 알려진 것은 상오10시쯤.
총장실에서 김세권대검차장, 한영석중앙수사부장, 최상엽공안부장, 정성진중앙수사1과장, 최환공안1과장 등이 참석, 전날 있었던 미문화원농성학생들의 법정소란 행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던중 서동권검찰총장이 외부 전화를 받은 때였다.

<더이상 바람 없을 듯>
○…서울지검의 간부검사는 『이번 인사가 검찰자체에 대한 불만 누적으로 나왔다면 인사등 후속여파가 있지 않겠느냐』 고 걱정.
검찰주변에서는 그러나 미문화원사건 공판도 계속 진행시켜야 하고 삼민투사건도 남아 있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지 않겠느냐며 낙관하는 분위기.

<책임은 내게있는데>
○…유태흥대법원장은 상오11시 뉴스를 통해 법무부장관 경질소식을 듣고 시종 어두운 표정이었다고 측근이 전언.
15일의 법정소요에 대해 크게 유감의 뜻을 표했던 유대법원장은 김장관의 경질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에 더욱 착잡한 표정.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형사지법 역시 착잡한 분위기.
담당 재판장인 이재훈부장판사는 『법정질서책임은 1차적으로 재판장에게 있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박만호수석부장판사는『사법부의 권위가 손상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수 없다』며 단호한 의지를 표명.

<검찰은 설땅 없다>
○…장관의 전격적인 경질에 대해 검찰·법무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당분간 검찰은 설땅이 제대로 없을 것 같다』 면서 어두운 얼굴들.
한 검찰간부는 이철희·장영자사건, 저질연탄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장관이 한달만에 바뀌고 수사 검사가 좌천되는 등 파란을 겪은후 검찰 사기가 최악의 상태였으나 김석휘씨가 총장·장관을 맡은 후 점차 「원기회복」을 하던 중이었다면서 『언제 그로기상태에서 벗어나느냐가 검찰의 당면과제』라고 말하기도.

<「위로 전화」쏟아져>
○…김 전장관은 16일 퇴임식이후 법조기자실을 들러 하오4시쯤 자택에 도착, 친지들로부터 쏟아지는 위로 전화를 받으며 휴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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